[지지대] “내가 소녀상이다” 가면 시위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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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헤센주의 카셀대 캠퍼스에 지난해 7월8일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본관 앞 공원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총학생회 주도로 이뤄졌다. 총학생회는 대학 측의 공식 허가를 받아 영구 존치키로 했다.

 

당시 토비아스 슈노어 총학생회장은 “독일 대학에서 처음으로 소녀상을 우리 학교 캠퍼스에 영구히 세우게 된 것은 소녀상이 저항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내판에는 “전시 성폭력은 현재도 여전히 발생하는 문제다. 소녀상은 2차 세계대전 중 아시아와 유럽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하고 전쟁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투쟁한 이들의 용기를 기리는 의미다”라고 새겨져 있다.

 

카셀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초 캠퍼스에 소녀상을 세우고 싶다는 뜻을 코리아협의회에 밝혔다. 2020년 베를린에 소녀상을 설치한 코리아협의회와 이를 제작한 김운성 작가가 참여했다. 김 작가는 소녀상을 한국에서 만들어 독일로 공수했다.

 

카셀대의 평화의 소녀상 이름은 ‘누진(Nujin)’이다. 지난 3월 이 소녀상이 철거됐다. 학교 당국이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이 지나자마자 기습 철거했다. 그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압박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누진’이 없는 빈 의자를 발견한 학생들은 경악했다. 학교 측은 “원래 한시적 설치였다”고 했고, 학생회 측은 “학교 측이 거짓말을 한다”고 반박했다.

 

소녀상을 뺏긴 카셀대 학생들이 ‘누진’ 철거에 항의하며 가면 시위를 벌였다. 지난 2일 카셀중앙역 앞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누진은 어디에(Where is Nujin?)’, ‘누진을 구하라(Save Nujin)’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피켓을 들고 행진하며 게릴라 퍼포먼스를 펼쳤다. 참가자들은 “내가 소녀상이다”라며 소녀상 모습의 종이 가면을 썼다. 학생들은 앞으로도 여러 형태로 게릴라 퍼포먼스를 펼칠 계획이다.

 

역사 문제에 대해 독일과 일본의 태도는 정반대다.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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