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하루의 시작은 실려가는 이재명 대표였다. 오전 7시10분쯤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국정 쇄신 등을 요구하며 단식한 지 19일째다. 민주당이 이송된 이 대표의 상태를 전했다. ‘혈당이 급속히 떨어지며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도 ‘정신이 혼미한 상태’라고 했다. 헝클어진 머리, 덥수룩한 수염, 몸을 감싼 두툼한 이불,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모습이 전해졌다. 정치적 의미를 떠나 지켜보는 ‘국민들의 월요일’이 참담했다.
곧이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들렸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이다. 단식 중인 현직 야당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형사사법이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돼서는 안 되고, 피의자에게 법령상 보장되는 권리 이외에 다른 요인으로 형사사법에 장애가 초래돼서는 안 된다.”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처리돼야 한다.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 벌써부터 불안하다.
민주당이 국무총리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다. 이날 오전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춘숙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총리가 장관을 제대로 추천하지 못한 잘못’ 등의 이유를 들었다. 20일로 예정된 본회의에 보고되고 나면 24시간 이후 72시간 내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또 이날 정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총리 해임과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도 열었다. 21일 본회의에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 대표의 단식 중 병원 이송은 흔한 일이 아니다. 검찰의 야당 대표 구속영장 청구, 야당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제출도 흔한 일이 아니다. 내각 총사퇴 촉구도 마찬가지다. 몇 년 또는 몇 십 년 만에 보는 일이다. 그게 18일 하루에 일어났다. 다들 입으로는 국민을 말하고 민생을 말한다. 정치 쇄신을 위한 단식, 정의 실현을 위한 영장, 국정 쇄신을 위한 총리·내각 사퇴 건의라고 한다. 과연 국민에게도 그런 하루였을까.
누구는 실려가는 야당 대표를 안타까워할 것이다. 그 국민에게는 ‘민생 단식’이 맞다. 누구는 검찰의 영장 청구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 국민에게는 ‘민생 법치’가 맞다. 누구는 총리 해임건의안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에게는 ‘민생 내각 사퇴’가 맞다. 하지만 그렇게 봐주지 못하는 국민이 있다. 자기를 위한 민생팔이, 자기 집단을 위한 민생팔이로 보는 국민이다. 그런 국민에게 18일은 충돌 정치의 끝을 보여준 하루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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