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모두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 사건이다. 가난과 지병으로 고통받던 어머니와 두 딸이다. 수원시 권선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엉성한 복지 사각지대가 노출됐다. 세 모녀의 주소지는 화성시, 실제 거주지는 수원시였다. 건강보험료가 체납됐고, 병원 진료까지 받았지만 이들의 실상을 행정기관은 쫓지 못했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 보도 이후에도 파악을 못해 우왕좌왕했다.
그때 등장한 대책이 ‘희망 보듬이’ 사업이다. 위기 가구를 발굴하고 핫라인에 제보케 하는 장치다. 복지 행정의 한계를 보완해 줄 대책으로 평가됐다. 지금까지 3천200명을 뽑았고, 민선 8기 동안 5만명을 뽑는다. 하루빨리 활동에 들어가야 한다. 당장 가동될 수 있는 준비는 끝났다. 지난달 31일에는 5개 종교단체가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제 모든 기능을 시작하게 할 법률적 근거만 남았다. 그게 ‘경기도 위기 이웃 발굴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다.
윤재영 의원(용인10)이 대표 발의했고 이달 임시회에 제출됐다. 당연히 통과돼야 할 이 조례안이 심의도 못한 채 11월 정례회로 넘어갔다. 두 달을 더 발목 잡혀 있게 됐다. 세 모녀 죽음 앞에 경기도의회가 약속했었다. 긴급 기자회견까지 하며 대책을 다짐했다. 그런 대책을 미룬 것이다. 이유가 참으로 어이없다. 도의원들의 ‘자리 신경전’이다. 보건복지위원회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재배치됐다. 여기에 불만을 가진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해 정족수를 못 채웠다.
‘사보임 사보타주’는 도의회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소속 기획재정위원장은 연좌 농성에 들어갔다. 상임위 교체에 대해 의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 “(사과가 없으면) 이번 임시회가 끝날 때까지 연좌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기재위 부위원장의 상임위 교체 과정에서 상임위 동의가 없었다는 게 이유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위원장이다. 그가 회의를 개최하지 않으면 못한다. 이번 임시회에서 한 번도 열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있었다. 생활고에 지친 엄마와 딸 둘이 목숨을 버렸다. ‘복지천국’은 거기 없었다. 2022년 ‘수원 세 모녀 사건’으로 이어졌다. 가난한 엄마와 병약한 두 딸이었다. 역시 복지는 없었다. 이런 비극을 막아보자는 ‘희망 보듬이’다. 한시가 급한 사업이다. ‘상임위 자리’가 뭔데 ‘없는 사람들’ 생명이 걸린 이 조례안을 뭉개고 있나. 이렇게 미룬 두 달, ‘세 모녀 비극’이 생기면 경기도의회, 특히 국민의힘이 그 방조범이 될 것임을 분명히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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