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공간에 살인·흉기난동을 예고하는 글이 넘쳐난다. 지난 7월 서울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8월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을 기점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묻지마 칼부림에 살인예고 글이 폭주하고, 어디서 나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외출을 꺼리는 이들이 늘었다.
지난 한 달간 경기지역에서 접수된 살인예고 글 신고는 총 92건이다. 이 중 56명은 검거했고, 나머지 36명은 경찰이 추적 중이다.
살인예고 글 범람에 경찰이 작성자를 속속 잡아들이고 있지만, 처벌까지는 쉽지 않다. 현행법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죄를 예고한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따로 없다. 경찰은 협박죄나 살인예비죄를 적용하려 하지만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살인예고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재판에서 법원은 “글을 직접 본 사람들은 몰라도, 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협박이 인정될지 의문”이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여기에 현행 형법은 살인 등 중한 범죄를 음모한 사람에게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지만, 범죄를 예비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고 있다. 살인예비죄는 구체적인 살인 계획 등을 입증해야 돼 적용이 어렵다.
관련 법이 부실하다 보니, 익명이라는 가면 속에 숨어 살인 운운하며 주변인을 괴롭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살인을 예고하고도 “장난이었다”고 주장하면 무죄로 풀려날 수 있는 상황이다. 독일은 온라인 살인예고를 혐오범죄로 규정,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미국에서는 ‘허위 협박’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우리도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고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사이버 범죄를 엄벌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공중협박죄’ 신설이다. 정부가 공중협박죄 신설을 위해 의원 입법을 통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려는 내용을 정보통신망에 유포하거나 게시해 공중의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혐오 발언 방지법’ 도입 얘기도 나온다.
온라인상에 표현의 자유를 넘어 협박과 명예훼손, 모욕 등 타인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행위가 부지기수다.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진 사이버 범죄는 백약이 무효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는 없다. 관련 법 제정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개인과 공공의 안전 및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인식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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