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특성화고의 취업률이 낙제점이다. 일반고보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신입생이 매년 감소해 정원을 못 채우는가 하면, 일부 학교 특정학과의 취업률이 0%인 경우도 있다.
전문계고와 산업계의 협력 강화와 취업률 제고를 위해 2010년 ‘고등학교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이 발표됐다. 전문계고를 분야별 특화된 직업교육기관으로 개편하고, 졸업 후 취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꾀하며 중등 직업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했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 전환 등 시대 흐름 속에 쇠퇴하고 있다. 취업률 하락이 이를 말해준다.
경기도에는 109개의 특성화고가 있다. 이들 학교의 지난해 졸업생 취업률은 22.6%로 집계됐다. 2019년 30.1%, 2020년 27.4%, 2021년 30.0%에서 지난해는 크게 떨어졌다. 최근 4년간 평균 취업률이 30%를 넘지 못한다. 취업률이 0%인 학과도 있다. 도내 109개 특성화고의 377개 학과 중 취업률 0% 학과는 66개나 된다. 학교 전체 졸업생의 취업률이 0%인 곳도 있다. 화성(4개 학과 졸업생 84명)과 파주(4개 학과 졸업생 76명)의 한 특성화고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여주에선 5개 학과 졸업생 164명 중 1명만 취업을 했다.
졸업 후 취업이 안 되고, 어떤 학과는 취업한 학생이 한 명도 없는데 누가 특성화고에 가려 하겠는가. 인문계고 선호에 학령인구 감소까지 겹쳐져 빚어진 현상이라 설명하지만, 정부의 고졸자 취업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입증한다.
예산 지원을 늘려도 효과는 별로 없다. 올해 경기지역 특성화고에 투입된 예산은 총 616억원이다. 산학연계 직업계고 교육력 강화에 224억5천여만원, 취업지원센터를 통한 취업역량 강화에 43억여원이 편성됐다. 또 하이테크 직업계고 운영에 163억원, 하이테크 실습환경 조성에 204억여원이 반영됐다. 그런데도 취업률은 여전히 20~30%에 그치고 있다.
특성화고의 인기가 떨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취업률 하락과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아직 남아 있는 ‘실업계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한몫한다. 취업 문턱을 넘어도 승진이나 임금 등에서 차별받는 사례가 많다. 특성화고 실습생이 숨지고, 각종 안전사고가 잇따르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성화고를 살리려면 단순한 취업 지원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구축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열악한 근무여건과 낮은 급여에 대한 개선, 학과 개편 등 재구조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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