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전쟁 겪은 어르신들 희생 녹아든 ‘3천점’ 전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맙다! 대한민국’ 전시 전경. 김보람기자

 

해방, 6·25전쟁 등 굴곡진 시대를 겪은 어르신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추억이 녹아든 작품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는 지난 21일 ‘치매 극복의 날’을 맞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고맙다! 대한민국’ 전시를 열었다. 이번 전시에는 전쟁 직후 생겨난 고아 등 소외된 이웃을 보듬으며 일생을 보낸 프랑스 출신 노애미 테라스 수녀의 작품 365점을 비롯해 일반 치매어르신 작품 700점 등 총 3천1점의 그림이 내걸렸다. 협회는 3천점에 1점을 더해 전쟁의 아픈 상처를 지닌 어르신들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전쟁기념관 호국공원 곳곳에는 어르신들이 오랜 세월 한 땀 한 땀 그려낸 크레파스화가 길게 띠를 이뤄 나무와 나무 사이, 벤치 인근 등에 내걸려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외국인, 산책을 나온 주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맙다! 대한민국’ 전시 전경. 김보람기자

 

전시된 작품 중에는 국군장병들의 모습, 3·1운동 당시 만세의 물결을 이뤘던 수원 여성 독립운동가의 모습, 한여름 고향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았던 어린 시절 모습, 그네를 타거나 쥐불놀이·윷놀이 등을 하며 보냈던 명절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날 개막행사에 참석한 지아현 수원 삼일공고 학생(18)은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 그린 그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멋져서 놀랐다”며 “젊은 시절에 대한 향수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 전쟁의 아픔이 느껴져 가슴이 찡했고, 감동을 받았다. 그림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면서 젊은 사람들에게 그 시절 모습을 많이 남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고맙다! 대한민국’ 전시 개막행사에 참석한 이지영 여사와 수원 삼일공고 학생이 평화의 광장에 있는 참전국 기념비에 헌화를 하고 있다. 김보람기자

 

본보와 전쟁기념관 등이 후원한 이날 전시 개막행사에는 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을 비롯해 이애형(국민의힘·수원10) 경기도의원, 이재준 수원시장의 부인 이지영 여사, 김성열 전 행정자치부 차관, 조석환 전 수원시의회 의장, 강문식 수원FC 이사장, 김동수 수원 삼일공고 교장 등 내빈 50여명이 참석했다. 내빈들은 평화의 광장에 세워진 참전국 기념비를 돌며 헌화를 하기도 했다.

 

신현옥 회장은 “정전 70주년이 되는 해에 전쟁기념관에서 어르신들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며 “직·간접적으로 겪은 전쟁의 아픈 상처를 그림으로 승화한 작품을 국민들과 공유해 호군보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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