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혼술 ‘나 홀로 삶’...1人가구 시대를 들여다보다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이미지투데이

 

최근 ‘나 홀로 삶’에 대한 말이 하나둘 늘고 있다. 혼밥(혼자 밥먹기), 혼술(혼자 술마시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공(혼자 공부하기), 혼쇼(혼자 쇼핑하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등등. 다인 가구 비중이 줄면서 1인 가구는 이제 가구형태의 ‘주류화’가 됐다. 이유는 다양하다. 삶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홀로의 삶이 좋아 선택한 사람도 있지만 학업이나 취업, 이혼, 별거, 사별 등 어쩔 수 없는 비자발적 1인 가구도 있다. 1인 가구 증가는 앞으 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나 홀로 삶이 다양해진 현 시대를 들여다봤다.

 

■ 메가 트렌드, 나 홀로 가구 증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이미지투데이

1인 가구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2022년 전국 1인 가구는 2018년 584만9천가구, 2019년 614만8천가구, 2020년 664만3천가구, 2021년 716만6천가구, 2022년 750만2천가구 등이다. 특히 1인 가구가 600만가구를 돌파한 2019년부터는 전체 일반 가구의 30% 이상 차지하기 시작했다. 일반 가구 세 곳 중 한 곳이 1인 가구가 된 셈이다. 경기도는 1인 가구 수가 156만8천 가구로 가장 많다. 최근 5년간 경기도 1인 가구 비율은 2018년 25.2%, 2019년 26.3%, 2020년 27.6%, 2021년 29.2%, 2022년 30.2%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만족감은 어떨까. 청년층은 취업이나 학업 등의 이유로 스스로 1인 가구가 됐기 때문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청년층이 아닌 1인 가구는 이혼, 별거, 사별 등 비자발적 원인으로 1인 가구가 돼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통계를 통해 본 1인 가구의 삶의 만족도와 질은 한국인 평균보다 낮았다. 통계청의 ‘2022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인 가구 연간 소득은 2천691만원으로 전년 대비 11.7% 증가했지만 전체 가구(6천414만원) 소득과 비교하면 42.0% 수준에 그쳤다. 이들 중 67.7%는 연소득이 3천만원 미만이었다. 1천만~3천만원 미만이 46.7%로 가장 많았고 1천만원 미만도 21.0%를 차지했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140만9천원으로 전체 가구 (249만5천원) 대비 56.5% 수준이었다. 세부적으로는 주거·수도·광열비(18.4%), 음식·숙박(16.6%) 등 필수 소비 항목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반적인 가족관계에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57.7%로 전체 인구의 가족관계 만족 비중(64.5%)보다 6.8%포인트 낮았다. 전반적인 인간관계에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 역시 46.7%로 전체 인구의 만족 비중(52.8%)보 다 6.1%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성별·연령별로 1인 가구가 느끼는 고충도 다르다. 청년 여성은 ‘안전’, 중장년 남성은 ‘노후 및 건강에 대한 불안’, 노년층 남성은 ‘소속감’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통점을 도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청년 1인 가구는 주로 도시에 거주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년 1인 가구는 이혼, 사별 등으로 인한 심리적·건강 문제가 있으며 노년 1인 가구는 경제·사회·건강 측면 모두 열악했다.

 

■ 1인 가구, 생활 모습은 ‘천차만별’

 

1인 가구의 모습은 이처럼 천자만별인 만큼 집단별 행 복감과 삶의 만족도에 따라 세밀한 정책과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8월 발간한 ‘1인 가구 유형 분 석과 행복 제고를 위한 시사점’을 보면 이러한 1인 가구의 이질성이 잘 드러난다. 보고서는 국회미래연구 원이 실시한 ‘2022년 한국인의 행복조사’ 결과를 활용해 이 중 1인 가구 표본 1천428명을 대상으로 나이, 소득, 성별, 혼인 상태 등의 변수를 적용해 7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7개 그룹은 ①사별한 노년 여성 ②기러기형 중년 ③중년 이혼 여성 ④노년 사별 남성 ⑤미혼 젊은 남성 ⑥미혼의 젊은 여성 ⑦중년 이혼 남성이다.

 

그룹별로 보면 전반적 행복감은 군집 6(젊은 미혼 여 성·6.43점)이 가장 높고 군집 7(중년 이혼 남성·5.43)이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생활수준 만족도는 군집 3(중년 이혼 여성·5.28)과 군집 7(중년 이혼 남 성·5.28)이 가장 낮았고 군집 5(젊은 미혼 남성·5.92 점)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인관계 만족도는 군집 7(중년 이혼 남성·5.71점)이 가장 낮았고 군집 5(젊은 미혼 남성·6.30점)가 장 높은 수준이었다. 안전감 만족도는 군집 7(중년 이 혼 남성·5.33점)이 가장 낮고 군집 6(젊은 미혼 여 성·6.04점)이 가장 높았다. 공동체 소속감은 군집 3(중 년 이혼 여성·5.23점)이 가장 낮고 군집 1(노년 사별 여 성·5.25점)도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소속감이 가장 높은 군집은 6.01점으로 젊은 미혼 남성(5)이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민보경 삶의질그룹장은 “대부분 복지 정책 대상은 청년, 노인, 여성이며 1인 가구 정책 역시 청년층, 노인층에 집중적인 만큼 사각지대에 있는 중년층에 대한 사회적 지원책 필요하다”며 “이혼한 중년 여성과 남성의 생활수준 만족도, 대인관계 만족도, 안전감 만족도가 낮게 나타나 사회적 관계망 형성 강 화를 위한 사업 활성화, 공동체와의 연계 추진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홀몸 노인 가정을 방문해 사랑의 죽과 방역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다양한 삶 보장 위한 정책 수립 ‘너도나도’

 

경기도를 비롯한 지자체는 다양한 1인 가구의 삶을 보장하며 인식 개선, 사회활동을 증진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경기도는 우선 2020년 7월 ‘경기도 1인 가구의 사회촉진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1인 가구 지원팀’을 신설했다.

 

또 올해 초 ‘제1차 경기도 1인 가구 지원 5개년 기본계획(2023~2027년)을 수립·발표했다. 1인 가구 중장기 계획이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는 ‘혼자도 가치, 우리 도 같이-1인 가구에 힘이 되는 경기도’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추진체계 ▲사회관계망 ▲건강돌봄 ▲생활 안정 ▲주거 ▲안전 등 6개 영역에 걸친 37개 세부 과제를 수립했다. 이를 위해 도는 앞으로 주거지원 사업비 4조7천936억원을 포함해 5년간 5조6천430억원(국비 4조6천억원, 도비 5조93억원, 시·군비 4천927억 원, 기타 410억원)을 투입한다.

 

37개 세부과제 중 25개는 1인 가구 특성과 여건에 맞춰 새롭게 마련됐다. ‘1인 가구 병원 안심 동행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고령의 1인 가구 등을 위해 민간 서비스 4분의 1 정도의 이용 요금만 받고 병원 출발 및 귀가 시 동행, 병원 내 접수·수납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올해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점차 사업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여성 1인 가구 안심패키지 보급 사업도 올해 처음으로 추진된다. 연간 2천500만가구씩 4년간 총 1만여명의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안전시설 설치를 위한 창문 잠금 장치, 문 열림 센서 등 안전용품을 담은 여성 안심패키지를 보급하는 게 골자다.

 

이와 함께 ▲1인 가구 정책 추진 기반 정비 ▲시·군 1 인 가구 사업 지원 강화 ▲정보제공 포털 구축 ▲경기도 1인 가구 정책참여단 운영 ▲1인 가구 정책협의체 구성 ▲경기도 워라밸링크 운영 ▲거리로 나온 예술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멘토-멘티 함께 서기 사업 ▲위기 이웃 발굴 지원사업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노인상담사업 ▲자살 고위험군 관리 강화 ▲행복한 가족 프로그램 연계 1인 가구 상담 ▲응급안전 안심서비스 ▲가사·간병 방문 지원사업 ▲방문건강 관리사업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운영 ▲경기청년 생활정보 제공 ▲재도전론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정착금 지원 및 컨설팅 ▲주거급여 지원 ▲경기 행복 마을관리소 기능 확대 ▲경기도 1인 가구 안심동네 인증사업 등이 신설됐다.

 

공공기관과 지자체 등에서도 1인 가구를 위한 특강을 선보이고 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지난 7월 도내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자동차 기본상식, 경정비 실습 등을 제공하는 ‘자동차 기초 공동연수(워크숍)’ 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여성운전 프로젝트 ‘언니 차’로 활동 중인 이연지 강사가 세 번에 걸쳐 진행한 교육은 자동차 기본상식 및 안전운전을 위한 자동차 설정, 사고 유형 및 과실, 사고 처리 요령 및 대응법, 타이어 보는 법, 브레이크 패드 검사, 에어컨 필터 및 와이퍼 교체 등 자동차 경정비를 실습해 여성들이 직접 자동차 정비 등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강현미 가족지원역량개발팀장은 “여성들이 도로 위에서 안전하게, 원하는 곳까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 1인 가구 사업은 많아… 문제는 전달 체계

 

이처럼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사업은 많다. 많은 지자체에서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1인 가구 지원 정책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현재 시스템에선 1인 가구가 스스로 정책을 찾아 필요로 하는 사업에 지원해야 혜택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사각지대를 줄이기에 한계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장 중요한 것은 1인 가구를 발굴하고 정 책의 전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온다.

 

김창민 지역혁신센터장은 최근 희망제작소가 발간한 희망이슈 제73호에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사업은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1인 가구를 발굴하고 정책의 전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현재 시스템에선 1인 가구가 스스로 정책을 찾아 필요로 하는 사업에 지원해야 혜택을 볼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1인 가구 지원센터의 한정된 인력만으로는 사각지대를 줄이기에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관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그물망을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1인 가구가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된 만큼 그들을 시혜적인 정책의 대상자로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공공 혁신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