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 행행(行幸) 아티스트를 만나다] 1. 아하콜렉티브

(왼쪽부터) 박주애, 최지원, 김샛별, 정혜리 작가로 구성된 '아하콜렉티브' 팀. 송상호기자

 

‘수원화성 미디어아트 시즌3 수원화성 행행(行幸)’이 오는 10월6일부터 11월4일까지 창룡문·동장대 등 수원화성 일원, 수원시미디어센터에서 시민들과 만난다. ‘만천명월: 정조의 꿈, 빛이 되다’를 주제로 내세운 이번 프로그램에선 1795년 화성행차를 네 명의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참신한 시각과 관점으로 풀어낸 작품들로 수원화성 창룡문을 수놓는다. 2년 전 화서문과 지난해 화홍문 일대에서 열렸던 미디어아트 교류의 무대 이후 세 번째로 열린다.

 

그 중 첫 번째로 ‘아하콜렉티브’를 만났다. 동양화를 전공한 김샛별, 박주애, 정혜리, 최지원 작가가 한 팀으로 뭉쳐 전통 소재와 콘텐츠를 동시대 이슈와 예술과 결합해 풀어내고 있다. 이들은 매체를 넘나들고, 작품의 전달 및 수용 방식에 꾸준히 변화를 주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다.

 

아하콜렉티브의 ‘극(極) Equilibrium’은 정조의 개혁에서 찾을 수 있는 마음의 평정, 힘의 균형, 강인한 정신을 빛을 통해 말한다. 신도시 개혁의 시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공감과 확장의 무대로 기획했다.

 

김샛별 작가는 “정조 시기 지어진 수원 화성을 지금 우리가 볼 때, 과거와 현재가 어떤 요소를 주고받는지 관심이 많았다”며 “단순히 정조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보다는 전통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서로 어떤 자세로 소통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탐색 지대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정혜리 작가는 “정조가 개혁을 시작하게 된 계기,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 등에 얽혀 있는 내밀한 심경을 최대한 다루려고 했다”며 “조금 더 강해져야만 했던 그의 내면, 그의 책임감을 조명하는 차원에서 관람하면 보다 깊이 작품을 음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하콜렉티브作 ‘극(極) Equilibrium’. 작가 제공

 

평소 팀원들은 시각적인 이미지보다 논문 자료 등 활자를 많이 참고한다. 이미지를 과도하게 탐색하기보다는 오히려 활자를 음미할 때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 작업 스타일이다.

 

도상을 해체한 뒤 재조합해 의미를 빚어내는 아하콜렉티브의 접근법에는 변함이 없다. 차이가 있다면, 이 과정에서 비어 있는 공간을 채우는 지난날의 행보와는 다르게 창룡문이라는 색채가 강한 장소에 얽힌 이야기를 매만지고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정조가 입었던 황금 갑옷 등 복식의 이미지, 성벽이 무너졌다가 재건되는 모습이 어떻게 관객들에게 다가가는지 살펴보는 데에서 감상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로 인해 전시 공간을 유영하는 수용자들과 끊임 없이 상호작용해왔던 이들의 지난 궤적와 비교해 이번 작업이 다소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주제와 장소에 깃든 색채가 비교적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작가들은 캔버스이자 무대로 삼은 창룡문이 단순히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닌, 공공에게 개방되는 문화유산이라는 점도 신경 썼다고 말한다. 최지원 작가는 “꼭 처음부터 작품을 감상하지 않아도, 잠깐 지나치더라도 시민들의 인상 깊은 장면이 뇌리에 남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이 주목했던 건 장소와 공간 측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창룡문의 특성이다. 박주애 작가는 “공간에는 현재성이 많이 반영되는데, 저희 작업은 그런 맥락에서 공간 자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창룡문에 깃든 역사성이 굉장히 강하다 보니, 단순히 그런 이미지를 옮기는 데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어떤 걸 살려서 이야기하고 싶은지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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