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 딸’ 신유빈, 21년만 탁구 금메달/경직된 은메달 북한, 불편하고 안쓰럽다

탁구 여자 복식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땄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21년 만이다. 우승의 주인공은 전지희·신유빈 선수다. 전지희는 1992년 중국 태생으로 중국명 톈민웨이다. 2011년 한국 국적을 획득했다. 2014년 아시안게임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땄다. 이번 금메달은 한국 국적 획득 12년 만이다. 귀화한 중국 출신 선수로는 처음이다. 평소 성실하고 친근감 있는 생활로 많은 팬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만큼 그의 금메달을 향하는 축하가 많다.

 

신유빈은 한국 탁구의 현재와 미래다. 어릴 적부터 탁구 신동으로 기대를 받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단체전에서는 8강 진출을 견인했다. 띠동갑 전지희와 짝을 이룬 여자 복식에서 현재 세계 랭킹 1위다. 여기에 주목을 끄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신유빈은 ‘경기도의 딸’이다. 선수 출신인 아버지가 운영하는 탁구장에서 성장했다. 수원 청명중학교 시절 만 14세 때부터 국가대표에 올랐다. 경기도민과 수원시민에게 주는 기쁨과 자랑스러움이 남다른 이유다.

 

그래서 더 많은 도민이 지켜본 모습이 있었다. 결승에서 제압한 상대가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선수였다. 경기 내내 서로 불편해 보였다. 눈을 마주치거나 손짓을 하는 통상적 소통도 없었다. 경기 후에도 마지 못해 손만 스치고 지나갔다. 메달 시상식에서는 북한 선수들이 시종 침통한 표정이었다. 전지희·신유빈이 시상대 오르기 전 3위 팀과 악수를 했다. 북한의 두 선수는 겨우 손바닥만 내줬다. 시종일관 우리 선수들의 환호를 편하게 지켜볼 수 없었다.

 

괜한 불안감이 아니었다. 대회 초반 사격 남자 단체전에서 남북 대결이 있었다. 한국 금메달, 북한 은메달이었다. 애국가가 나오자 북한 선수가 눈물을 흘렸다. 기념 촬영을 위해 1위 자리로 초대했다. 말로 청했고, 어깨를 잡았고, 등도 두들겼다. 하지만 끝내 오르지 않았다. 결국 한국팀과 3위 인도네시아팀이 바닥으로 내려와서야 촬영할 수 있었다. 북한 선수단의 경직성은 대회 기간 내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종목에서는 폭력이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70년대 남북은 스포츠에서도 전쟁을 했다. 선수단은 종목을 가릴 것 없이 충돌했다. 패배에 승복하지 않는 선수들의 폭력이 다반사였다. ‘남북 대결에서 패배하면 아오지 탄광’이라는 소문이 퍼졌던 것도 그때다. 돌아보면 세계인에게 민망한 남북한의 현실이었다. 그런 과거가 2023년에 재연되고 있다. 눈 부라리고, 승복하지 않고, 악수 피하고, 상대 국기 외면하고, 분함을 표하며 오열까지 한다. 이런 북한 선수들을 지적하려는 게 아니다. 너무 안쓰럽다.

 

‘북한 선수들과 불편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게 될 나이 어린 신유빈은 또 무슨 죄인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