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학계에선 항일독립운동을 1895년 전후부터 1945년 광복까지로 규정한다. 국가보훈부는 독립유공자법에서 독립유공자 적용 대상을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로 나눠 구체적 시기를 일제의 국권침탈(1895년) 전후부터 1945년 8월14일까지로 설정했다. 구한말 의병부터가 대상이다.
서울시와 전남, 울산광역시 등도 독립운동 관련 대상에 구한말 의병을 포함시켰다. 2020년 제정된 서울시의 항일독립운동 관련 조례에는 지원 대상을 ‘일제강점기 또는 그 직전에 일제의 민족차별 및 국권 침탈 등에 반대하거나 항거한 활동’으로 명시했다. 2017년 제정한 전남의 항일독립운동 기념사업 지원 조례도 지원 대상 시기를 ‘일제의 국권 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14일’로 했다.
의병을 위한 조례를 따로 제정한 지자체들도 있다. 충남·전북·전남·경남·경북·광주광역시 등 6개 광역지자체와 경기 양평군을 비롯한 7개 기초지자체가 그렇다. 광주광역시는 2015년 ‘한말 의병운동 기념사업 지원조례’를 제정, 명성황후 시해부터 단발령에 이르는 시기까지의 한말 의병운동과 관련해 다양한 기념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남도 ‘남도의병 선양사업 지원 조례’를 제정, 의병 생가 등 각종 의병 기념시설물을 유지 보수하고 이름을 남기지 않은 의병에 대한 기록물 등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의병활동에 대해 무관심하다. 항일운동 관련 조례에 의병이 빠져 있다. 도에는 ‘항일독립운동 유적 발굴 및 보존에 관한 조례’(2016년 제정), ‘독립운동기념사업 지원 조례’(2019년 제정)가 있는데 지원 대상 시기가 일제강점기(1910~1945년)로 국한돼 있다. 구한말 항일운동에 나섰다가 순국한 이들을 발굴하거나 기념하는 사업은 안 하고 있다.
의병들은 대한제국 말기 국권을 지키려고 투쟁에 나섰다 불꽃처럼 사라진 이들이다. 살아남은 이들은 만주나 연해주로 가 독립군이나 광복군과 연계해 독립운동의 모태가 됐다. 때문에 구한말 의병에 대한 조명과 함께 기념사업, 지원사업 등은 중요하다.
경기도는 구한말 ‘의병 역사의 산실’이자 ‘의병 격전지’였다.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으로 촉발된 을미의병 발생 후 일제강점기 이전까지 105곳에서 일본군에 맞선 전투가 벌어졌다. 6천명 가까운 의병이 전투에 참가했고, 1천명 넘는 의병이 사망했다. 일제가 기록한 ‘조선폭도토벌지’에 나온다.
경기도 출신으로 전쟁에 참여해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받은 의병은 216명뿐이다. 전투에 참가한 의병, 순국했거나 옥고를 치른 의병의 대부분은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이들에 대한 조명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무명의병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이들을 기리는 기념사업에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