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서 아픈 유기견 60마리와 사는 배우 최여진 엄마 정현숙 칠순 넘은 나이에도 새 주인 찾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주인이 키우다 버리고 간 자리에서 그대로 망부석이 돼 버린 유기견을(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나도 애써 외면하고 싶었다. 하지만 고통스러웠다. 몰랐으면 고통스럽지도 않았을 텐데. 사는 게 때로 힘들기까지 했다.”
번식장에서 학대당하던 동물을 구조해 미국, 캐나다 등 해외로 350여마리 가량 입양시키는 등 최일선 현장에서 유기동물 보호활동을 하고 있는 정현숙씨(71)의 회고다.
그는 딸인 배우 최여진이 선물한 양평군 지평면에서 현재 60여마리의 유기견과 함께 살고 있다.
정씨는 “칠순이 넘어선 지금 함께 있는 유기견 60마리에게 좋은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내 남은 마지막 임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캐나다에서 ‘봄’이와 ‘겨울’란 이름의 버려진 개를 만난 것을 계기로 유기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그의 인생도 유기견 못지않게 질곡이 많았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정씨는 오빠 셋 사이에서 예쁨을 받으며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모 방송국 간부였던 아버지를 따라 열 살 때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창덕여중·고를 졸업한 뒤 홍익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25세에 결혼했지만 6년 만에 이혼하고 딸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50살에 캐나다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23년째 양평에서 살고 있다. 이런 삶이 유기견에 대한 애틋함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그를 아는 이들의 시각이다.
그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아픈 동물들의 치료 공간으로 쓰고 있다. 마당엔 예쁜 그림이 그려진 컨테이너 5동을 설치해 동물들이 쉴 수 있도록 꾸몄다. 아프고 병든 아이들만 데려오다 보니 40%를 할인받더라도 치료비만 연간 1억이 들어간다.
그는 새벽 3~4시에 일어나 동물 입양 홍보를 하고 외국단체랑 메신저를 통해 입양스케줄 잡는다.
오전 9시부터는 60여마리의 동물들을 보살피고 방 청소를 한다.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지내다 보니 밥 먹는 게 귀찮을 때도 있다고도 했다.
그의 오랜 지인 A씨(여·54)는 “처음에는 사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유기견을 데려온다고 오해했었다. 후원도 없이 버려지고 아픈 동물을 치료해 주고 키우고 계시는 것을 보고 절로 존경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아프면 병원에 안 가도 개들이 아프면 한걸음에 병원으로 달려가는 분”이라며 “편안한 삶을 누릴 수도 있는데도 욕심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포기했다. 불쌍하고 가엾은 동물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 분”이라고도 했다.
정씨는 수시로 터져 나오는 번식장의 잔혹한 실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번식을 하는 아이들이 새끼를 물까봐 아예 이빨을 뽑기도 한다. 귀국한 뒤 ‘돈이면 다 된다’며 산 생명을 잔혹하게 죽이는 참혹한 광경을 보고 분노했다”며 도살장에서 개를 구조한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정씨는 60마리의 개 이름을 다 외우고 있다. 가족이기에 이름을 몰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번식장에서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던 ‘아름이’와 ‘날개’, ‘까미’, ‘눈이’ 등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입양하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주기도 했다.
“입양 가서 잘 지내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을 볼 때면 돈이 아깝지가 않고 보람을 느낀다. 힘들면 힘든 대로 운명이라 생각하며 아픔마저 즐기며 살려고 노력한다”고 할 때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그는 딸인 배우 최여진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정씨는 “딸은 배우라는 삶을, 나는 아프고 버려진 동물들을 보살피는 삶을 살고 있다”며 “사료 살 돈이 떨어질 때도 많지만 내가 맡은 일을 딸에게 떠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진이는 ‘효도하고 싶어 사준 집에 이렇게까지 유기견이 늘어날지 몰랐다’며 ‘집을 사준 걸 후회한다’고 했다. 천사 같은 자랑스런 딸을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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