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자 안나의집 원장 “어르신들이 주시는 따뜻한 정은 최고의 선물”

신승자 안나의집 원장. 이대현기자

 

“저를 딸이라 생각하며 저에게 의지하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웃음꽃이 핍니다.”

 

강원도 용수골에서 4남매 중 장녀로 태어난 신승자 안나의집 원장(61)은 어릴 적부터 자식들이 아닌 남을 위해 살아가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남양주 덕소로 이사오고 난 뒤 그의 어머니는 늘 집을 비웠다. 신 원장은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빠, 엄마는 매일 어디를 가시는 건가요?” 아빠는 답했다. “엄마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지금도 도움을 주고 있어”라고.

 

어머니는 강냉이, 미역 등 보따리장사를 통해 당일 번 돈을 장애인, 산모, 홀몸노인들을 위해 사용했다. 매일 돌아다니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느 날 어머니는 90세가 넘은 할머니와 손자손녀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 그 집으로 들어가 이들과 함께 생활했다. 소문이 퍼져 홀몸노인들은 신 원장의 어머니를 찾아 함께 살아 달라고 얘기까지 할 정도였다.

 

손이 모자랐던 어머니는 항상 장녀인 신 원장을 찾아 함께 봉사하길 원했다. 그렇게 신 원장은 자연스럽게 어머니에게 가장 큰 ‘용돈’을 받았다.

 

신 원장은 성인이 된 첫해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요양원, 식당, 양로원 등에서 일했다. 그러나 항상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부름을 받고 함께 어르신들을 모셨다.

 

그는 결국 일을 그만두고 어머니와 함께 어르신들을 보살폈다. 이때만 해도 신 원장은 어머니가 이해되지 않아 머릿 속엔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도와 홀몸노인을 돌본 신 원장은 능수능란하게 어르신들을 보살폈다. 어르신들을 보살피면서 그는 서서히 어머니를 이해했다. 갈 곳 없는 노인들에게 손을 내미니 따뜻한 정이 돌아온 것을 말이다.

 

이를 계기로 신 원장은 40년 넘게 지역에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을 보살피고 있다. 신 원장은 남양주시 와부읍에 위치한 안나의집을 지난 1995년에 설립, 현재 4명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24시간 함께 붙어 있다. 신 원장의 하루 일과는 간단하다. 청소를 시작으로 어르신들 샤워시키기, 아침밥 준비, 청소, 점심밥 준비, 설거지, 저녁밥 준비, 샤워, 잠 등 순으로 하루를 보낸다.

 

쉴 때도 맘 편히 쉬지도 못한다.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어르신들이 화장실에 들어간 뒤 10분 이상 나오지 않으면 즉시 달려가 어르신들을 확인하고 있다. 지금까지 신 원장에게 도움을 받은 어르신은 수백 명에 달한다고 한다.

 

신 원장은 “어르신들이 저를 딸이라 생각하고 저와 함께 살고 싶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며 “7년 전 신장 이식이라는 대수술을 했는데, 병실에 있을 때도 어르신들이 생각났다. 지금은 몸이 많이 호전돼 어르신들을 더욱 열심히 보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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