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권역 난임·우울증상담센터 탄생의 주역, 김희선 동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난임 부부·임산부와 배우자·아이 키우는 조부모도 상담
상담 10회까지 무료…증상 심하면 의료지원까지 병행
셔틀 서비스 도입과 센터만의 명상프로그램 개발 목표

김희선 경기북부권역 난임·우울증상담센터 센터장. 신진욱기자

 

올해 합계출산율 0.7도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임산과 출산은 더 이상 인생의 당연한 한 페이지가 아니다.

 

‘난임·우울증상담센터’는 임신 준비, 임신, 출산, 양육으로 우울해지기 쉬운 엄마, 아빠의 ‘마음’에 초점을 맞춘다. 정서적·심리적 문제를 완화해 삶의 질을 향상기 위한 정부지원사업이다.

 

난임부부, 임산부와 배우자는 물론 아이를 키우는 조부모도 상담받을 수 있다. 출산 후 3년까지다. 미혼모는 출산 후 7년까지 돌본다. 상담은 10회까지 무료다. 증상이 심하면 의료지원까지 병행한다.

 

2018년 국립중앙의료원에 첫 센터가 문을 열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사업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확대됐다. 현재 전국에 8개의 센터가 있다.

 

지난 9월18일 개소한 경기북부권역 난임·우울증상담센터의 설립을 이끌어낸 김희선 센터장(47·동국대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났다. 센터는 고양특례시 일산동구에 있는 동국대일산병원 5층에 있다.

 

센터를 열기까지 그는 문지방이 닳도록 복지부와 경기도를 찾았다. 사업설명회는 전부 쫓아다녔고 관련 심포지엄의 사회를 도맡아봤다. 하지만 이미 수원에 센터가 있는 상황에서 경기북부권역센터가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는 수혜자 인구수를 감안했을 때 경기 북부에 센터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개소에 그토록 적극적이었던 이유에 “전공의 때부터 제 바람이 미혼모 복지센터를 운영하는 것이었는데 센터에서 미혼모를 돌볼 수 있기 때문에 꼭 만들고 싶었다”며 “평소 임산·출산 관련 정책사업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고, 같은 학회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 최안나 중앙 센터장님이 경기북부에도 센터가 있어야 한다며 격려를 많이 해줬다”고 밝혔다.

 

김희선 센터장과 3명의 상담사. 신진욱기자

 

김 센터장은 난임·우울증상담센터가 굉장히 독창적인 서비스라고 했다. 난임, 임신, 출산에 초점을 맞춘 상담 서비스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다.

 

정부지원사업은 신청부터 선정까지 무엇 하나 쉽지 않았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신청했던 지자체가 중도 포기했고, 경기북부권역센터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 센터가 생기기 전까지 경기 북부에 사는 임산부들은 수원에 있는 경기도권역센터까지 가거나 서울에 있는 중앙센터에서 상담받아야 했다. 수원은 너무 멀고, 서울은 상담 예약이 너무 밀려 포기하는 임산부들이 많았다고 한다.

 

센터 사무실은 생각보다 아담하고 소박했다. 그는 “너무 열심이니까 주위 분들이 센터 예산이 연간 20~30억원쯤 되는 줄 알지만 1년 예산은 2억3천8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와 경기도가 반반 지원한다. 빡빡한 살림살이다. 3명의 상담사가 행정업무까지 처리하며 알뜰 경영 중이다. 김 센터장은 센터를 병원 직제에 포함해 주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병원 덕을 크게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산부인과 진료한 지 15년이 됐는데 요즘 부쩍 아이가 보기 싫다고 말하는 산모들이 늘었다.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는 것인데 이런 분들은 반드시 상담받아야 한다”며 “난임부부들은 시술하면서 갈등이 심해지는 경우가 무척 많고 심지어 가정이 파탄 나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전문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0일 고양시 덕양구 보건소에서 열린 ‘임산부를 위한 요가교실’에서 임산부를 대상으로 방문상담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북부권역 난임·우울증상담센터 제공

 

센터가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현재는 센터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직접 찾아가는 방문상담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보건소, 산부인과, 산후조리원에서 부르면 경기 북부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에는 고양시 덕양구 보건소에서 열린 ‘임산부를 위한 요가 교실’에 찾아가 산모들을 대상으로 방문상담서비스를 펼쳤다.

 

그는 임산부들이 대중교통으로 2~3시간 오는 게 쉽지 않다며 센터까지 편하게 올 수 있는 셔틀 서비스를 도입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시·군에서 센터를 왕복하는 셔틀버스가 꼭 필요하다. 경기도의회에 엄청 조르고 있다”며 “다음으로는 동국대만의 자체 명상 프로그램을 센터에 접목해 정말 힐링한다는 생각이 드는 우리 센터만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센터를 찾는 분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행복한 울타리가 되고 싶다는 그의 ‘공리공욕’(公利公慾)이 경기북부권역 난임·우울증상담센터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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