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순 철뚝길 창업주 “성남 역사와 함께한 50년 ‘손님사랑’ 덕분에 버텼죠”

성남시 승격 전인 1969년 내려와
허가번호 1호로 정육점 운영시작
냉동삼겹살 입소문타 ‘문전성시’
손자 물려받아 3대째 자리 지켜 

김형순 철뚝길 창업주(오른쪽 아래) 그리고 뒤를 이어 가게를 운영한 장남 최홍준 대표(왼쪽)와 장손 최민규 현 대표. 안치호기자

 

“손님들의 사랑과 50년 자부심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50여년을 한자리에서만 고깃집을 운영하며 성남시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는 김형순 철뚝길 창업주(76)의 이야기다.

 

서울 흑석동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던 창업주 부부는 당시 경기 광주군 성남출장소였던 지금의 성남 원도심으로 와서 지난 1969년 정육점을 열었다.

 

당시 성남은 1960년대 서울 청계천 일대에 몰려 살던 사람들이 내려와 정착한 곳이었다. 성남출장소가 지난 1973년 시로 승격되면서 본격적인 도시의 모습을 갖춰 나갔으며 현재는 재개발, 재건축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새롭게 탈바꿈하는 중이다.

 

김 창업주는 성남시 승격 전부터 이곳에 가게를 열고 성남의 역사를 지켜보면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주변에 음식점도 하나 없었던 곳에서 성남시 허가번호 1호 정육점으로 시작했다가 이후 손님들의 요구로 식당으로 업종을 변경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는 “당시 성남은 시도 아니었고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간판도 없이 20평짜리 방 한 칸에 테이블 4개 놓고 시작했는데 손님들의 사랑 덕분에 어느덧 40평으로 확장해 테이블 20개가 있는 음식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옛날에는 간판 없이도 소문만 듣고 많이 찾아왔다.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손님들이 맛있는 고깃집에 데려다 달라고 하면 여기에 내려다 줬다”며 “당시에는 식당도 없고 술을 마실 만 한 곳도 마땅치 않으니 주변에 공단, 건설 현장 근로자들이 많이 찾아왔다. 줄 서서 기다리면서 먹고 자리가 부족해 합석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젊은 시절에 가게를 방문했던 손님들은 혹시나 하고 시간이 지나 다시 왔는데 아직도 가게가 있으니 반가운 마음에 또 온다고 한다. 또 단골들은 자녀나 손주들과 함께 옛 추억을 떠올리며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

 

그는 “요즘은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가성비 냉동삼겹살집으로 유명해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아온다. 특히 직접 개발한 소스로 만들어 감칠맛 나는 파무침이 인기”라며 “새로 온 손님들은 맛있다고 하고 오랜만에 온 손님들은 아직 남아있어 줘서 고맙다고 하니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님들 덕분에 아들에 이어 지금은 손자가 가게를 물려받고 지난 50여년간 한자리에서만 운영할 수 있었다”며 “몇 년 안에 재개발이 진행될 텐데 우선 근처로 이사를 했다가 공사가 끝나면 원래 자리로 돌아와 오랫동안 장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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