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 13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새해 예산안 심사를 시작했다. 소위원회는 15명으로 구성되며, 예산안 세부 증감을 논의, 여야 합의가 수월하게 이뤄지면 오는 30일 예결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 표결 처리된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은 12월2일이다.
정부가 지난 8월 올해 예산보다 2.8% 증가하는 데 그친 656조9천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2005년 이후 19년 만에 최소 증가폭이다. 세수가 60조원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건전재정 기조하에 편성한 예산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31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새해 예산안은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 23조원 규모의 지출을 구조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예산심의 과정을 보면 이런 정부의 예산편성 기조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세수 펑크가 60조원 예상되는 상황에서 새해 재정 운용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여야 정당이 포퓰리즘 예산 증액을 주장하고 있어 재정 파탄이 우려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5대 분야 40대 증액사업’을 제시했다. 정부의 정책과는 달리 명절 기간 반값 여객선 운영 등 대중교통 이용을 지원하겠다는 등 당장 급하지 않은 항목도 적지 않다. 타 지역 기업 인턴 참여 청년에게 체류 지원비 지급 등 현금성 지원도 다수 포함돼 있다. 어르신 무릎관절 수술 지원 1천명 확대, 어르신 임플란트 지원 개수 2개에서 4개로 확대 등 노인 복지 지원책도 눈에 띈다. 양극화 해소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이는 친여 성향인 노인 표심을 의식한 선심정책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증액 요구는 여당보다 더욱 크다. 지난 6일 예산안 심사 방향을 밝히면서 5대 생활 예산 추진을 발표했는데, 이에는 월 3만원만 내면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게 해주는 ‘청년 3만원 패스’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또 행정안전위원회는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된 ‘지역사랑상품권’ 사업 예산을 올해의 3천525억원에서 7천53억원으로 2배 증액했다.
경제적 타당성과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단순히 선거 때 표를 의식해 선심성 예산을 편성한다면, 이는 국가 재정 운용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올해 60조원의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라 곳간은 아랑곳하지 않고 선심 쓰기 경쟁에 몰두한다면, 이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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