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의 정치 현실감이 부족한 것 같다. 개별 혁신안 사이에 모순이 얘기된다. 논란이 불거진 결정적 계기는 4호 혁신안이다. 낙하산·전략공천을 원천 배제하자는 제안이다. 모든 후보자를 경선으로 뽑자고 요구한다. 공정한 선정 기준에는 부합하는 내용이다. 상향식 공천 실현에 더없는 원칙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모두가 동의하는 목적까지 있다. 대통령실 측근들의 낙하산 인사를 막자는 취지다. 올바른 원칙과 분명한 방향은 충분히 읽힌다.
바로 이 번듯한 원칙이 당내에서 논란을 야기한다. 앞서 발표된 혁신안과 상호 충돌하는 모순 지적이다. 앞서 혁신위는 청년 우선 공천과 청년 할당제를 제안했다. 청년(45세 미만) 유권자 비율 37%에 맞추자는 방안이었다. ‘우선 공천’, ‘공천 할당’ 등의 단어 자체부터 차별적·우선적 의미다. 그래야 할 이유가 있다. 현실적으로 청년 정치인, 정치 신인이 기존 후보군을 경선에서 이기기 어렵다. 바로 이 3안과 ‘완전 자유 경선’(4안)이 안 맞다는 것이다.
혁신위가 반박했다. 3안에 따르면 청년 전략 지역구는 별도로 지정하게 돼 있다. 그 지역구에서는 청년들끼리 공개 경쟁을 하게 한다고 한다. 그러니 청년 우선·할당과 완전 경선은 배치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혁신위는 당선 가능한 순번에 비례대표 청년 50% 의무화를 추천했다. 청년 지역구도 적지 않은 비율일 것으로 예견된다. 그 지역 모두에는 원내·외 당협위원장들이 있다. 이들을 강제로 배제시키는 구조다. 그들에는 불공정 경선일 수 있다.
지도부 중진·친윤(친윤석열) 배제 원칙과도 충돌가능성이 있다. 혁신위가 요구해온 것은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다. TK·PK 중진들을 수도권에 출마시키겠다는 것이다. 완전 경선이면 이들 역시 수도권 생소한 지역에 가서 공천경쟁을 해야 한다. 글쎄다. 수도권에도 지역 표심이 있다. 중진·친윤이라고 어서 오라며 덜컥 받아주겠나. 중진·친윤 의원들도 이런 지역 특성을 잘 알고 있다. 누가 짐 싸들고 와서 바닥 경쟁을 시작하려 들겠나.
가장 어색한 건 수도권 국민의힘의 현실과의 괴리다. 보수 정당이 십수년 패배하고 있다. 패배가 뼛속까지 익숙해져 있다. 이를 극복할 유일한 길은 전면 쇄신이다. 대대적인 후보 교체다. 당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인재를 이삭 줍듯 긁어 모으고 있다. 완전 자유 경선은 이런 전략과 상충된다. 대통령 지지도 30% 중반 여당이다. 인재들이 몰려드는 여건도 아니잖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의사다. 그 스스로 이를 빗댄 비유를 했다. ‘의사로서 환자에 맞는 처방을 하겠다.’ 이제 그 처방의 결과가 나올 때다. 성공하면 인술이 되는 것이고, 실패하면 의료사고가 되는 것이다. 인술은 당을 살리는 것이고, 의료사고는 당을 죽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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