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주범 검거 공적 부풀리기, 문제 크다

경찰이 이상한 일을 했다. 듣기도 민망한 공적 포장이다. 탈주범 검거 유공자 특진 과정이다. 재소자 김길수가 탈주한 건 지난 4일이다. 안양의 한 병원에서 진료 받던 중 달아났다. 이후 63시간 만에 의정부시에서 붙잡혔다. 공이 큰 경찰관 두 명이 특진했다. A경사는 경위, B경장은 경사가 됐다. 국민들이 모두 칭찬했고 박수 쳤다. 당연히 특진에도 아낌 없는 축하를 해줬다. 그런데 뒤늦게 공적 과장(誇張) 논란이 불거졌다. 부풀려졌다는 얘기다.

 

당시 의정부 경찰서가 A경위(당시 경사)의 공적을 설명했다. “검거 당시 김길수의 여성 지인 B씨와 함께 있으며 밀착 감시를 하다 일반적인 휴대전화 번호와 다른 번호가 뜬 것을 보고 즉시 전파했다.” 연계성을 예견한 밀착 감시였다는 설명이다. 전화번호를 보고 적절한 판단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신속한 상황 전파를 주도했다는 설명이다. 날뛰는 탈주범을 잡은 기지와 대응이 강조됐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실제보다 많이 과장되고 극화된 듯하다.

 

확인된 바는 이렇다. A경위는 당시 여성 지인 B씨와 있지 않았다. 김길수가 B씨가 일하던 가게에 유선 전화를 했다. 이 전화기에 전화번호가 표시됐다. 다른 사람이 이 번호를 경찰관에 알렸다. 해당 번호 추적이 시작됐다. A경위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경찰의 공적 설명이 모두 허위였던 것이다. 경찰도 설명이 잘못 됐음을 인정했다. 제보자를 보호하려다가 오해를 일으켰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A경위와 해당팀이 역할을 한 것은 확실하다’고 했다.

 

앞뒤 안 맞는 해명이다. 일부분에 대한 오해가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 그 역할의 주인공이 통째로 바꿔치기 됐다. 하지 않은 감시를 했다고 했고, 하지 않은 판단을 했다고 했고, 하지 않은 전파를 했다고 했다. 제보자 보호라는 주장도 그렇다. 탈주범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시민이다. 당연히 크게 포상해야 할 기여다. 익명을 요청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A경위와 해당 팀’의 역할 강조도 적절치 않다. 해당 팀이 다 특진했다면 문제 없다. A만 특진했잖나. 그게 문제가 된 것이고.

 

국민 실망 못지않은 게 있다. 주위 동료들의 좌절이다. 처음 의혹이 제기된 것은 블라인드 경찰청 게시판이다. 내부 직원들의 익명 커뮤니티다. 여기에 특진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동조하는 댓글이 다수 붙었다. 같은 경찰서 내 동료들일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김길수를 검거한 경찰의 의견일 수도 있다. 내부로부터의 불만과 불신이 터져 나온 것이다. 경찰이 생명 걸고 뛰는 이유는 사명감이다. 그나마 위로가 특진이다. 이마저 왜곡되면 경찰이 뭘 보고 현장을 뛰겠나.

 

사실과 다른 공적과 이에 근거한 경위 특진. 경찰은 ‘사소한 실수’라고 한다. 우리는 ‘심각한 고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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