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등 황색 프로파간다 ‘국가 경영과 무슨 상관’ 반문 밝힐 것·삼갈 것 구분해야
더불어민주당이 최강욱 전 의원을 징계했다.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이다. 내용만큼이나 무겁게 다가오는 건 절차다. 당 윤리심판원을 건너뛰고 징계했다. 당규 7호 32조 등에 따른 비상 징계라고 했다. ‘비상한 시기에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 사유가 있을 경우...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 사유’라고 본 것이다. 기자들이 당규를 공부해야 했다. 그만큼 전례 없고 강한 징계다.
이재명 대표 뜻이라고 한다. 당이 그렇게 설명했다.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이다’(21일),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22일). 분위기 파악 못한 이는 유탄을 맞았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다. 22일 유튜브 방송에서 최 전 의원을 옹호했다. ‘(최 전 의원 발언이) 뭐가 잘못됐단 말인가’. 민주당 대처 방식까지 싸잡았다 ‘왜 민주당은 매번 우리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드나’. 이틀 뒤 ‘짐작되는 이유’로 사표 냈다.
최 전 의원의 발언은 이거다.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 “내가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다”. ‘설치는 암컷’이 지칭하는 대상은 다 안다. 언론도 ‘김건희 여사’라고 쓰고 있다. 최 전 의원도 아니라고 부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게 민주주의다, 멍청아’로 반박했다. 보수 언론이 증폭시켰고 여권은 들고일어났다. 익숙한 장면이다.
3년짜리 김건희 공격이다. 전가의 보도로 쓰고 있다. ‘술자리 쥴리’를 던져 술집과 연계시켰다. ‘검찰총장 아내’를 던져 뇌물과 연계시켰다. ‘중국 출장’을 던져 스캔들과 연계시켰다. ‘과거 사진’을 던져 성형과 연계시켰다. 영부인이 돼도 멈추지 않는다. 옮겨 적기 민망한 ‘빈곤 포르노’까지 동원됐다. 주식 논란·고속도로 논란·명품 가방 논란 등을 빼면 대개 이런 유의 황색 프로파간다다. 당이 중징계를 한 것이다.
여성, 그중에도 젊은 표심을 본 건 아닐까. 실제로 반발이 많다. ‘(최 전 의원은) 인간이 되기 틀렸다’, ‘진짜 한심해 죽겠다’. 31세 류호정 의원(정의당)의 분노다. ‘진짜 오만정이 다 떨어지는 발언이다’, ‘같이 계셨던 의원님들은 심지어 이 설치는 암컷 발언 듣고 같이 웃었다’. 27세 박성민 전 최고위원(민주당)의 분노다. 같은 당, 같은 야권 정치인인데 이렇게 분노했다. 정치권 밖 젊은이들의 평가도 이와 비슷하다.
28세 청년 ‘민규’씨. 취업 준비 중인 공학도다. 대통령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정치는 관심 없어서 잘 모른다’면서도 ‘못한다. 앞으로 잘하면 좋겠다’고 한다. 그런 그가 ‘김건희 공격’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견을 낸다. “그게 우리 정치 발전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국가를 경영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대통령 부인의 사생활 놓고 저렇게 떠들 가치가 있나요”. 옆자리 친구도 ‘같은 생각’이라며 거든다.
이들이 젊은이들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다른 의견도 많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들 주장에 깔린 정서다. 2030세대는 여성·결혼관을 말함에 당당하다. 아내가 경제력이 있는 건 좋은 거라고 말한다. 가정 밖의 사회생활은 각자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부부라도 프라이버시는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 기준으로 보니까 ‘김건희 공격’이 이해 안 되는 것이다. ‘영부인은 설치면 안 되나요?’.
기성세대의 영부인관(觀)이 있다. 조용한 조력자다. 그들에게 ‘김건희 영부인’은 문제 있다. 거론 자체가 불편하다. 반면 젊은 세대의 영부인관도 있다. 당당한 동반자다. 그들에게 ‘김건희 영부인’은 문제 없다. 공격 자체가 불편하다. 물론 밝힐 건 밝혀야 한다. 속 시원히 밝히면 된다. 문제는 정제되지 않은 비방이다. 해선 안 될 사생활 까기다. 이 의미 없는 짓을 4월까지 밀 건가.
민주당에 남은 ‘대선의 추억’이 있다. ‘7시간 대화록’ 틀었다가 ‘김건희 원더우먼’ 만들었던 역풍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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