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걔가 경기도를 뭐라고 하는지 아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화제가 됐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대사다. 나의 해방일지는 경기도의 가상도시 산포시에 사는 3남매의 일상을 다룬다. 드라마는 경기도를 서울의 변두리로 묘사하고, 주인공인 3남매도 노른자인 서울에서 태어나지 못한 자신들의 처지를 하소연한다.
그런데 정말 서울은 노른자고, 경기도는 흰자일까?
경기도는 흰자가 아니라 풍부한 맛과 영양을 자랑하는 영양란 그 자체다. 역사만 천 년이 넘어 전통과 문화가 살아있고 인구는 1천400만명으로 전국 최대다. 산과 호수, 드넓은 평야가 어우러져 있고 심지어 바다도 끼고 있다.
서울에 직장을 둔 드라마 주인공들은 왕복 4시간 가까운 출퇴근 시간에 시달리고 있지만 사실 경기도 곳곳에도 기업과 일자리가 풍부하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반도체, LG 디스플레이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와 공장이 있고 한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판교에는 최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불야성이다. 파주 출판단지와 헤이리마을처럼 문화와 예술 분야 종사자들의 성지 같은 곳도 있다. 이미 지역내총생산은 경기도(592조2천억원)가 서울(472조원)을 압도한 지 오래다.
더불어 경기도의 신도시들은 서울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풍부한 녹지공간, 넓은 공원, 잘 갖춰진 문화 및 보육시설 등이 잘 마련돼 누구나 살고 싶은 곳이 된 지 오래다.
무상급식, 고교 무상교육, 초등학교 치과 주치의 제도, 공공 산후조리원 등 경기도에서 시행했던 정책들은 대한민국을 선도했고, 결국 표준이 됐다.
정부와 여당에서 경기도 몇몇 도시들의 서울시 편입 논란에 불을 댕겼다. 그러나 막상 경기도민들은 서울시 편입에 대해 시큰둥하다. 경기도는 더 이상 80, 90년대 서울의 위성도시나 베드타운에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지인이 아닌 발 딛고 사는 도민의 눈으로 삶의 터전을 바라봐야 한다.
“서울에 살았으면 우리 달랐을까?”
산포시에서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3남매가 내뱉은 대화다. 자신이 사는 곳에 정을 붙일 수 없다면 어딜 가든 똑같은 삶은 반복된다. 경기도 곳곳에는 자신이 발 딛고 사는 지역에 애정을 갖고 헌신하고 있는 수많은 청년과 일꾼들이 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