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판 논리의 매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후퇴 조짐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로의 회귀가 얘기되고 있다. 손 전 지사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공고화하고 정치적 대결 구조를 심화시키는 커다란 후퇴”라고 지적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태동에는 손 전 지사의 흔적이 뚜렷하다. 2018년 12월 이 문제를 두고 단식 농성을 했다. 그로서는 의견을 말하고 나설 충분한 ‘지분’이 있다.
그럼에도 주목을 끈 것은 그의 비판이 향하는 탄착점이다. 여러 건의 탄핵안을 처리한 민주당을 거론하며 ‘왜 위성정당 금지법은 못하냐’고 비난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과거에 비해 ‘패기와 지사적 열정이 없어졌다’고도 했다. 가장 눈길 가는 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직격이다. ‘당 전체가 (사법리스크) 올가미에 엮여 있는 데 대해 (당 대표로서) 책임 의식을 가지라’고 비판했다. 적어도 이재명 대표 또는 친명 일색 지도부를 향해 작정하고 날린 쓴소리다.
언론은 당장 정치적 셈법을 들이댄다. 그럴 만한 여건은 있다. 민주당 OB들의 목소리가 공교롭게 겹쳐진다. 이낙연 전 대표, 김부겸 전 총리, 정세균 전 총리 등이다. 이 전 대표는 일찌감치 비명계 노선을 택했다. 신당 창당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는다. 최근 ‘정세균·김부겸도 매우 깊은 문제의식’이라며 둘을 소환했다. 이런 가운데 손 전 지사의 일성이 더해졌다. 연대를 통한 이재명계 견제라는 추론이 많다. 이를 넘어 정치 연대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거론되는 4인방이 모두 대선 주자급 거물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전 대표의 경우 정치 재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김 전 총리도 언제든 대선판에 뛰어들 잠재적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다만, 손 전 지사는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5일 기자회견에서 ‘쉬다가 나라 걱정돼 나왔다’고 전제했다. 총선 출마나 신당 창당 등 정치 참여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 내가 무엇을 하겠나”라고 잘라 말했다. ‘정치는 생물이다’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두 정치인에게 ‘전 경기지사’라는 호칭을 붙여본 이유가 있다. 중앙정치 논리를 떠나 경기도민에게 다가오는 정서가 특별하다. 둘 다 1천300만 도민을 대표하던 도백이었다. 시차를 두고는 있으나 대권에 가까이 갔던 공통점도 있다. 그들이 총선 정국을 앞두고 갑자기 대립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누가 옳은지를 따질 필요 없다. 그보다는 대통령 한 번 만들지 못한 ‘정치 변방’ 경기도에서 정반대로 갈라선 주장을 펴며 맞붙게 될 모습이 더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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