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막는 수도권 규제... ‘테크노밸리’ 이름이 무색하다

1980년대 말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막 출범한 노태우 정부의 대형 개발 공약이 부추겼다. 당시 인천 계양동의 연립주택·빌라 분양이 신문 광고면을 도배했다. 서울에서는 집을 구할 수 없게 된 신혼부부 등의 관심을 끌었다. 그 인천 계양구에 이번엔 신도시 사업이 한창이다. 3기 신도시 계양테크노밸리(TV)다. 서울의 주택 수요 분산 외 서부 수도권의 첨단산업 생태계 조성을 내걸었다. 지난해 11월 3기 신도시 중 가장 먼저 첫 삽을 떴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 등으로 대기업 유치가 어려워 직주(職住) 근접의 자족도시 계획은 막혀 있다고 한다.

 

계양TV는 인천 계양구 박촌·귤현동 일대 333만㎡(100만평)에 조성한다. 2030년까지 1만7천가구의 공동주택이 들어선다. 인천시는 이곳 76만여㎡(23만여평)에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을 유치하려 한다. 이를 통해 서울 마곡지구나 경기 판교신도시 같은 자족도시를 구상한다. 그러나 첨단 정보통신기술 기업 유치는 처음부터 난항이다. 이곳 일대가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상 과밀억제권역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생산시설 등을 유치하려면 같은 면적만큼의 공업지역 해제가 필요하다.

 

계양TV 사업 시행자인 LH는 기업 유치를 위해 도시첨단산업단지 지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인천 내 공업지역 물량 재배치가 쉽지 않아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인천시는 공업지역의 해제와 지정을 동시에 하는 물량 재배치에 나서고 있다. 해제 대상지는 내항1·8부두와 용현·학익 개발사업지구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개발사업들도 순조롭지 않아 답보상태다. 이런 가운데서도 관련 대기업들의 투자 희망은 잇따르고 있다. LG유플러스나 KT, 엠비씨플레이비 등이다. 이들 기업은 계양TV의 도시첨단산업단지에 5천㎡(1천500평)에서 3만3천㎡(1만평) 규모에 이르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투자 수요가 몰려와도 받아 주지를 못한다니 참으로 답답하다. 인천 외곽에 도시첨단산업단지 하나 지정하는 것이 지역균형발전을 해치는 일인가. 인천시도 최근 정부에 3기 신도시에는 우선적으로 첨단산단을 지정해 줄 것을 건의했다. 공업지역 물량 재배치의 동시 이행이라는 조건을 완화해 달라는 것이다.

 

이처럼 답답한 사정은 인천만이 아니다. 역시 수정법상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인 경기 수원·안양·부천·광명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12개 지자체는 법 개정을 위한 공동전선에 나섰다고 한다. 누누이 말해 왔지만 수정법은 시대역행의 과잉 규제다. 전방위적 메트로폴리탄 경쟁력 시대에 자기 발목잡기일 뿐이다. 테크노밸리에 첨단 산업을 막는다면, 그 이름부터 갈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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