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렬하다’를 사전은 이렇게 풀고 있다. 옹졸하고 천하여 서투르다. 최근 대한민국 검찰·정치가 그렇다. 영부인을 그렇게 취재하고, 야당 대표를 그렇게 수사한다. 몰카라고 해도 부적절한 행위는 팩트라고 주장한다. 야당이 김건희 여사를 공격하는 논리다. 샴푸 세탁소도 명백한 범죄라고 주장한다.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압박하는 논리다. 주장도 행위도 모두 졸렬하다. 옹졸하기 그지없고, 천하기 그지없고, 서투르기 그지없다.
지난 4일 검찰이 경기도청·도의회를 압수수색했다. 이재명 대표 부부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수사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영장에 따른 법 집행임을 강조했다. 언론은 김 지사와 검찰의 충돌로 묘사했다. 이날 검찰은 시중 과일 가게, 식당 등 10여곳도 압수수색했다. 그중에 구(舊) 도청사 인근의 세탁소도 있다. 이 대표가 와이셔츠 등을 맡겼던 곳으로 알려졌다. 사장이 잠적해 경찰이 나서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경기도정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압수수색이다. 제1야당 대표 부부를 정조준하는 수사다. 그 영장으로 과일 가게, 식당, 세탁소를 뒤졌다. 격에 안 맞아 보이는 게 우리에만 그런가. 앞서 국감장에 샴푸가 등장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샴푸와 트리트먼트를 들고 나왔다. 8만3천원짜리 일본 제품이었다. 도비로 산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한 동안 이 일제 샴푸는 국민의힘의 야당 공격용 무기로 쓰였다. 샴푸 정치인가.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면 잘못된 일이다.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건 너무 하다. 검찰의 과일 가게, 세탁소 압수수색은 어색하다. 이재명 대표 의혹만 7가지 사건에 10가지 혐의다. 수백억원대 수뢰가 얘기되는 대장동부터 기업을 이용해 북한에 돈을 보냈다는 쌍방울 사건까지 즐비하다. 국민은 이런 거에 관심 있다. 이런 거악을 밝히기를 기대한다. 이런 검찰이 과일 가게, 세탁소를 압수수색했다. 급(級)이 맞나.
김건희씨에 대한 도촬 취재도 있다. 한 나라의 영부인이다. 지인을 이용해 함정 취재를 했다. 촬영 장비 사주고, 전달 뇌물도 사줬다고 한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상상도 못할 방식이다. 불법적 취재 책임으로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그렇게 채집된 몰카 영상을 야당이 금과옥조처럼 써먹고 있다. ‘뇌물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대통령을 향해 공세를 취하고 있다. 샴푸·세탁소 압수수색이 졸렬한 검찰이라면 이는 졸렬한 야당 정치다.
검찰은 검찰다워야 한다. 검찰스러운 수사를 해라.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 야당스러운 정치를 해라.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