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양주문화재단, 당장 설립해도 많이 늦었다

1992년 지자제가 실시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문화 행정이었다. 그도 그럴 게, 지방 자치를 계기로 가장 폭발한 게 문화 욕구였다. 여기에 문화 외에는 접근할 방법이 없는 반쪽 지자제의 한계도 한몫했다. 그 욕구와 한계를 현실로 받아들인 곳이 수원시였다. ‘문화도시 창달’을 기치로 내세웠다. 독자적인 행정의 중심을 문화 행정에 집중했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화성(華城)을 등재시킨 것도 그때다.

 

지자체의 이런 노력은 전담 기구의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지자체 문화재단 필요성이 제기됐다. 경기도에서 첫 등장은 경기문화재단이었다. 1997년 경기도가 출연해 설립한 재단이다. 이후 기초 지자체의 문화 수요는 계속 팽창했다. 경기도 차원의 재단으로는 31개 시군 욕구를 감당키 어려워졌다. 이런 여건 속에서 먼저 치고 나간 것이 성남시였다. 2004년 성남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지역 문화의 산실 역할을 해냈다.

 

한 발 늦게 수원시도 2011년 문화재단을 출범했다. 이제 시흥, 의왕, 안성, 연천, 가평, 양주, 파주, 동두천, 남양주 등 9곳을 제외하면 모든 시군이 문화재단을 갖고 있다. 대체로 인구, 예산 등이 따라주지 못하는 시군에는 없다. 단 한 곳이 의외다. 남양주시가 문화재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이채롭다. 인구 74만명, 경기 동북부 최대 도시다. ‘정말 남양주시에 문화재단이 없느냐’는 반문이 나올 만큼 의외다.

 

별내·다산 신도시에 이어 왕숙신도시까지 개발되고 있다. 인구 증가 요인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문화 수요가 그만큼 폭발하고 있음을 뜻한다. 경기일보가 보도한 통계 하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구 10만명 당 문화기반시설수가 남양주는 3.6곳이다. 경기북부 10곳 지자체 가운데 8위다. 경기도 전체 평균 4.2곳보다도 낮다. 문화재단은커녕 문화와 관련된 기반 시설 자체가 열악하다는 객관적인 증명이다.

 

문화재단을 만들려는 움직임은 있다. 2021년 10월 경기연구원에 설립 타당성 예비검토 용역을 의뢰했다. 연구원이 같은 해 12월부터 분석에 들어갔다. 그런데 아직 결론이 없다. 타당성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결론내면 된다. 그런데 2년 넘게 끌고 있고, 방향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다. 좀 더 신속하게 결론을 낼 수는 없는지 아쉽다. 뜻 있는 시민과 관련 공직자들이 목 빠지게 결과를 기다린다.

 

성남시의 급부상은 분당신도시와 판교신도시였다. 2000년대 초 전국 최초의 ‘2조원 예산 지자체’가 됐다. 하지만 그 부(富)가 곧바로 시민의 삶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가장 획기적인 삶의 향상은 문화였고, 그 요람이 성남문화재단이었다. 역사로 남은 문화재단의 순기능이다. 여기에 문화재단이 들어서면서 생길 일자리도 많다. 지역 생산 유발 효과도 물론 크다. ‘74만 남양주시’가 뒤늦게 몸에 맞는 옷을 걸치는 것이다. 당장 설립돼도 많이 늦은 남양주문화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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