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진 아이옷 여기로’…정나겸 수원 얀코사회적협동조합 대표

정나겸 수원 얀코사회적협동조합 대표. 김은진기자
정나겸 수원 얀코사회적협동조합 대표. 김은진기자

 

“내 아이가 입었던 옷, 다른 아이들을 위한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자라 작아진 옷들은 금방 버려지기 일쑤다. 어떤 아이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옷들이지만 또 다른 아이들에겐 선물이 된다. 매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의류와 물품을 지원하는 이가 있다. 정나겸 수원 얀코사회적협동조합 대표(41)가 그 주인공이다.

 

다섯 살, 일곱 살 두 아이의 엄마인 정 대표는 금방 자라는 아이들의 옷을 사고 버릴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더 입을 수 있는 새 옷 같은데 반년도 입지 못한 채 버려야만 했다. 그러다 문득 아이들의 옷을 필요한 곳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변 이웃들로부터 버리기 아까운 아이들의 옷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난 2021년 4월부터 그는 수원 얀코사회적협동조합을 운영하게 됐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 대표는 하루도 쉬지 않고 아이들에게 옷을 선물하고 있다. 옆 집 이웃에게 받은 갓난쟁이 겨울옷 우주복부터 멀리 사는 이웃에게 택배로 전달받은 남자 어린이 반팔 티셔츠까지 성별, 계절별, 나이별 다양한 옷을 전국의 이웃들로부터 받아 분류한다.

 

그는 이렇게 모은 옷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기 시작한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미혼모, 북한에서 아이와 함께 온 탈북민 여성, 아동학대로 집에서 나와 센터에 머무르는 아이들 등 가정 형편이 어려운 소외계층에게 그들의 이야기와 아이들의 특성, 취향 등을 전달 받아 아이들에게 맞춤 옷을 보내고 있다.

 

또 보육시설에서 아이들이 직접 옷을 고를 수 있는 ‘찾아가는 옷장’을 운영 중이다. 어른들이 골라주는 옷이 아닌 아이의 취향대로 자신의 옷을 고를 수 있게 작은 마켓을 열고 있는 것이다. 정 대표는 “후원하는 옷이라고 해서 아무거나 입히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도 각자 좋아하는 취향이 있다”며 “아이들이 직접 옷을 고르며 행복한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의 봉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는 신체장애로 몸이 굳어지는 아이들을 위해 쉽게 옷을 입고 벗을 수 있도록 장애 유형별 맞춤 의류 리폼 서비스인 ‘느린 옷장’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올해 역시 많은 아이들에게 옷을 후원하겠다는 정 대표의 계획은 무궁무진하다. 한 부모 가정 사진 촬영, 장애 아동을 위한 맞춤 의류 패션쇼, 폐의류를 활용한 새로운 물품 생산, ‘찾아가는 옷장’ 대상 넓히기 등 앞으로도 여러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다는 것. 그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내가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라며 “앞으로도 많은 아이들이 부족함 없이 자랄 수 있도록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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