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빚의 굴레’ 갇힌 한계 자영업... 사안의 심각성 살펴야

겨울 한파 속에 더욱 추위를 타는 이들이 있다. 대출 이자 감당도 힘들어하는 한계 자영업자들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대출로 버텨온 그들이다. 겨우 그 터널을 벗어나니 고물가 고금리의 불경기가 닥쳤다. 한 달 수입이 100만~200만원에 불과한 한계 가게들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빚이 다시 빚을 부르는 악순환이다. 저신용 상태가 길어지면 끝내 불법사채로 내몰린다. 빚의 굴레에 갇힌 한계 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책이 급하다.

 

요즘 신용회복위원회 인천지부의 창구가 전에 없이 붐빈다고 한다. 채무조정을 신청하러 온 한계 자영업자들이다. 지난해 1~11월에만 1만1천786명이 찾았다. 2021년 7천980명, 2022년엔 9천231명 수준이었다. 3년 사이 48%나 늘어났다. 채무조정은 빚이 많아 정상적인 상환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구제 장치다. 상환 기간 연장이나 분할 상환, 이자율 조정, 상환 유예, 채무 감면 등이다. 사실상 개인 회생 직전의 저신용자들이 찾는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손쉽게 대출을 받았던 영세 상인들이 많다. 팬데믹이 끝나고도 가게 손님이 없어 대출금 이자에도 허덕이는 것이다.

 

경기일보 지면(2023년 12월28일자 1면)에 비친 어려운 사정들을 보자. 부평의 한 작은 식당은 창업 5년 만에 대출이 1억원으로 불어났다. 코로나19가 물러난 지난해부터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가게 보증금과 임대료는 올랐는데 경기침체로 손님은 갈수록 줄었다. 이제는 매월 갚아야 할 120만원을 감당 못해 채무조정 창구를 찾은 것이다.

 

지난해 신용회복위원회 인천지부가 이들 채무조정 신청자들이 처한 상황을 분석해 봤다. 절반에 이르는 5천861명이 월 소득 100만~200만원 수준이었다. 가게를 내고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입이다. 코로나19 당시 자영업 폐업을 막으려 정부가 나서 싼 금리로 대출을 받게 한 것도 이제는 발목을 잡는다. 물가 상승,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에 영세상인 계층이 맨 먼저 타격을 받는 구조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어렵다고들 한다. 수입이 최저임금을 밑도는 한계 자영업의 문제는 공급 과잉 등 구조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과중한 채무에 대해서는 특히 선제적인 관리가 중요해 보인다. 생계비는커녕 이자 감당도 힘든 시간이 길어지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린다. 최근 들어 인천의 불법사채 관련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2021년 68건, 2022년 80건이던 것이 지난해는 9월 말까지만 135건이었다. 이자율이 법정 최고 금리의 170배인 불법사채 사건도 있었다. 각급 지자체도 사안의 심각성을 살펴 선제적 정책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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