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 깃발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며 두 스님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 스님이 “깃발이 나부끼고 있구나”라고 하자 다른 스님은 “바람이 부는 거라고 하는 것이 맞지요.”
한 스님은 답답한 듯 “스님 눈에는 흔들리는 깃발이 보이지 않습니까?” 다른 스님은 가슴을 치며 “깃발은 바람 없이 스스로 움직일 수가 없지요. 저것은 분명 바람이 불어 깃발이 펄럭이는 것이 맞는 거지요.”
그러자 한 스님이 큰 소리로 “바람이 무슨 실체가 있단 말이오. 깃발이 펄럭여야만 바람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 아니오. 그러니 깃발이 펄럭인다고 해야 맞지요.”
그때 지나가던 ‘고승’이 한마디 거든다.
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요.
깃발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지요.
흔들리는 것은 바로 그대들의 마음이오.
나부껴야 깃발이요 불어야 바람이다. 나부끼지 않는 깃발은 있을 수 없고 불지 않는 바람은 존재할 수 없다. 고승은 수행자가 ‘자신의 마음’ 밖의 일에 관심을 두는 것을 충고한 것이다. 쓸데없는 현상에 신경쓰지 말고 수행에 정진하라고 한 것이다.
이마누엘 칸트는 “인간의 이성(理性)으로 대답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했다. 바람이 불고 깃발이 흔들리는 자연적인 현상 앞에서는 침묵해야 한다. 그러한 문제는 ‘선험적(先驗的) 판단’에 맡기고 마음이 흔들리는 자신을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직지인심(直指人心)’이라 했다. ‘진리를 구하려면 자신의 마음속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한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자신 밖’에서 찾으려 한다면 정답은 영원히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은 나의 마음속에 있다’는 진실을 깨달으면 누구나 바로 성불(成佛)할 수 있다고 한다.
불가(佛家)에서는 모든 문제의 근원을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의 근원을 ‘자신 밖’에서만 찾으려고 한다. 그러니 평생 남 탓을 하고 남을 원망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단언컨대 “문제의 근원을 ‘자신 안’에서 찾는다면 모든 고통은 봄날 눈 녹듯이 사라진다”는 격언은 진리(眞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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