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따라붙는 학력 꼬리표, 이젠 당당해요.”
초등학교 4학년, 야구선수를 꿈꾸며 어린 나이에도 온몸을 불살라 운동에 매진한 오국철씨(42)는 중학교도 인천에서는 알아주는 야구 명문으로 진학했다.
동급생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새벽같은 이른 기상시간을 시작으로,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되는 하체훈련을 비롯해 모든 생활이 어린 오씨에게는 괴로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멋진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선 모습을 상상하며 오씨는 어린 나이에도 포기하지 않고 훈련에 임했다.
그러나 중학교 1학년 훈련 도중 양팔에 부상을 입어 운동할 수 없게 되자 오씨는 팀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감독을 비롯한 그 누구도 오씨를 더 이상 찾지 않았다.
학업도 포기한 채 운동에만 전념했던 오씨는 학업에서도 뒤쳐졌고, 결국 모든 꿈을 포기한 채 중학교 3학년 때 자퇴했다.
이 때부터 신문배달일을 시작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오씨는 20대 시절을 모두 일만 하며 보냈다.
시간이 지나 번듯한 직장도 가졌지만, 오씨에게 진급은 꿈만 같은 멀기만 한 일이 됐다.
중학교 자퇴라는 꼬리가 그를 붙잡아선데, 이에 신물이 난 오씨는 복합기회사, 자동차 부품대리점, 화학공장에서 지게차기사 등 여러 곳을 돌며 꿈을 쫓았지만 진급에 성공한 적은 없다.
오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는 꼬리표가 계속 따라다녔다”라며 “마음 한켠에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은 물론, 학업에 대한 콤플렉스까지 응어리졌다”고 회상했다.
늦었지만 꿈을 찾아 헤매던 오씨에게 작은어머니의 한 마디가 한줄기 빛으로 다가왔다.
남인천중고등학교 입학 제안이었다.
짧은 학력에 한이 맺힌 오씨는 늦은 나이에도 학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만학도들을 보고 입학을 결심했다.
이전까지 고등학교 학위를 받을 방법이 검정고시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그는 이곳에서 희망을 얻어 2021년 중학교 3학년으로 편입했다. 당시 그의 나이 39세였다.
생계는 이어가야겠기에 오씨는 새벽 운송업을 유지하며 수업을 들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출근, 점심식사를 마치고 퇴근해 오후 4시 수업을 참가했다. 성실한 노력 끝에 학급위원직을 맡기도 했다.
중간 중간 힘들어 지치고 부모님이 불신하는 상황도 생겼지만 동급생들이 보낸 응원에 힘입어 오씨는 결국 고등학교 정규교육과정을 모두 마치고 올해 졸업한다.
그동안 맘고생 하며 다 큰 아들 뒷바라지에 힘쓴 어머니 집을 지어주고 싶다는 꿈이 생긴 오씨는 청운대학교 건축공학과 진학을 결정했다.
오씨는 “배움에 대한 기쁨을 일깨워준 남인천중고등학교 교장선생님께 우선 감사하다”며 “꿈은 언제든 꿀 수 있고, 누구나 꿀 수 있음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미추홀구 남인천중고등학교는 1984년 개교해 만학도들을 대상으로 정규교육과정을 제공하는 인천 유일의 학교다.
남인천중고등학교는 기존 정규교육과정을 받지 못한 만학도들에게 학업 기회를 부여하고자 주간반과 야간반을 별도로 개설, 운영하며 31일 43회 졸업식을 진행했다.
이날 중학생 212명, 고등학교 227명이 졸업했고 학생들 평균연령은 각각 66세와 65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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