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내 몰래 녹음, '주호민 아들' 재판선 증거 인정된 이유

웹툰 작가 주호민. 연합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 연합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장애 아들 학대 사건과 관련, 법원이 아이 가방 속 녹음기에 담긴 음성 파일을 증거로 인정했다. 녹음 파일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는 맞지만, 위법성 조각 사유가 있어 증거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등의 혐의를 받는 특수교사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범행이 경미한 경우에 한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별다른 사고 없이 유예 기간이 경과하면 형의 선고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이날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부모가 아이 가방 속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보냈을 때, 이 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였다.

 

이러한 논쟁은 앞서 나온 대법원 판결로 더욱 불이 붙었다.

 

앞서 대법원은 부모가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등교시킨 뒤 여기에 녹음된 파일을 근거로 1,2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초등학교 교사 재판과 관련, 녹음파일의 증거 능력을 부정한다는 판례를 내놨다.

 

수업시간 중인 초등학교 교실에서 담임교사와 학생 사이에 오간 대화를 부모가 녹취한 것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곽 판사 역시 주씨 측이 녹음한 내용이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위법성 조각사유가 존재할 경우 해당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이 같은 몰래 녹음이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 즉 정당행위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이 벌어진 곳은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는 장소나 어느 정도 방어 능력과 표현력이 있는 여러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는 장소가 아니었던 만큼 녹음 파일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당시 교실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특수 학급이라 장애를 지닌 학생 소수만 있던 상황이었다.

 

결국 곽 판사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해당 녹음 파일이 증거능력이 있는 것은 물론 이를 기초로 확보된 2차 증거들의 증거능력 역시 있다고 판단했다.

 

곽 판사는 또 일부 발언의 경우 반복적으로 불필요한 부정적 발언에 해당해 유죄로 판단했다. 그는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와 같은 발언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피해자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너’, ‘싫어’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섞어 사용함으로써 그 부정적 의미나 피고인의 부정적 감정 상태가 그대로 피해자에게 전달됐고, 미필적 고의도 인정된다”고 유죄 인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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