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복지는 의식주 중 ‘식’을 챙기는 것 아닐까요. ‘잘 먹는다는 것은’ 나를 보살피고 아끼는 길이며 자립의 첫 걸음입니다.”
건강한 식생활을 통해 인간다움을 말하는 이가 있다. 최봉선 (사)경기도장애인복지회장은 ‘잘 먹는 길’을 통해 장애인의 복지를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품격 있는 사람으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한다.
오래 전 식생활에 대해 공부한 최 회장은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 현대인이 앓고 있는 질병의 대부분이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에서 기인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최 회장은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이러한 질병이 훨씬 만연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들의 식습관을 관찰했다.
‘잘 먹고 잘 사는 법’. 이 말은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2011년부터 경기도 장애인인식생활체험관을 운영해오던 최 회장은 2022년 ‘바른식생활교육 삼시세끼 건강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장애인 등의 먹거리 인식 개선을 위한 장을 축제로 꽃 피웠다. ‘바른식생활교육 삼시세끼 건강페스티벌’은 경기도장애인복지회가 주최하고 도내 30개 시군별 지부가 돌아가며 도내 장애인을 포함한 현대인의 건강한 식습관을 통한 만성질환 예방하기 위한 체험이 마련돼 호응을 얻었다.
이런 그의 노력은 지난해 ‘발달장애인 자립형 식생활교육’ 프로그램의 문을 열며 또 한번 빛을 발했다. 최 회장은 발달장애인이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가며 자립심을 기르고 스스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내고자 했다. 그는 처음에는 어디를 가도 웅크리고 어울리지 못하던 아이가 마지막 날에는 그동안 본인이 했던 체험일지를 쓴 걸 보여주며 환하게 보여주던 순간, “너무 뿌듯하고 기뻤다”고 회상했다.
흔히 말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과 요리를 한다는 건 최 회장에게도 ‘모험’이었다. 그는 “이들이 스스로 조리를 하려면 불 가까이 가고, 위험한 조리도구도 다뤄야 해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8주간 이들은 지도 교사와 함께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산을 하고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드는 과정을 차근차근 체험해 갔다. 자신의 장바구니에 애호박과 두부를 담고 직접 계산을 했다. 밥을 짓는 날에는 가스레인지 앞에서 뜸을 들이며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밥을 관찰하고 밭에 가서는 우리 식탁에 고르는 고구마를 캤다.
걱정은 기우였다. “마지막 수업에서 아이들이 직접 멸치 머리를 떼고 볶은 반찬을 집으로 보내줬는데 아까워서 못 먹겠다고 하더라고요. 이들의 자립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도록 프로그램이 초급-중급-고급반으로 1년간의 장기프로젝트로 확대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장애인과 함께 한 최 회장의 세월은 30여년에 이른다. 그는 1990년대부터 경기도장애인복지회와 연을 맺은 후 식생활 뿐만 아니라 일하고, 즐기는 모든 삶을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누리기를 희망했다. ‘일하는 즐거움’을 알리기 위해 재활작업장을 경기도서 처음 시도했고, 정서적인 풍부함을 전하기 위해 장애인합창단의 문을 열었다. 2000년초 탄생한 장애인합창단은 17개 시군으로 확대돼 지난해에는 제20회 경기도 시·군 대항 장애인합창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러한 삶의 과정에서 그 역시 부침을 겪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사비까지 들여가며 운영하는 과정 속 때로 본인이 잠을 청할 공간마저 사라지기도 했지만 그의 얼굴엔 미소가 만연하다.
올해 그는 인간이 되는 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행복 디자인학교’를 만들 계획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어린이와 청년 노인 등 누구나 함께하며 디지털 교육을 배우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디자인 하고, 식생활 교육 등을 종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최 회장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계속해서 달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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