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대한체육회의 ‘위험한 발상’

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

대한체육회가 국가 올림픽인 전국체육대회의 종합순위 결정 방식을 바꾸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이사회에서 이를 위해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했다. 64년 이어져 온 방식을 바꾸려는 이유가 궁색하기만 하다. 매년 우승 경쟁을 하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상위권 고착으로 타 시·도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체육대회는 세부 종목별 1∼6위 입상 선수에게 점수를 차등 배점하는 ‘100% 확정 배점’ 방식을 이어왔다. 그런데 서울시와 경기도가 상위권을 양분한다며 방식을 변경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방식에 지방자치단체 예산 대비 시·도체육회 예산 비율, 인구 대비 등록선수 비율, 시·도 팀 유지율을 점수로 바꿔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순위 방식을 변경하면 지방체육의 균형 발전과 전문체육의 활성화 효과를 거두리라는 분위기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세계 어느 종합대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해괴한 순위 결정 방식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체육회는 2001년 개최지의 득점에 기록종목 10% 가산점 제도를 도입했다. 100m 달리기를 하며 개최지를 10m 앞에 놓고 경기를 하는 셈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경기 외적인 점수를 더해 순위 방식을 바꾸려 대한체육회가 나서고 있다. 이에 체육인들 사이에서는 ‘아예 개최지에 우승을 만들어 주는 게 낫다’는 조롱 섞인 말도 나온다. 전문체육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순위를 가리는 스포츠 정신을 대한체육회 스스로 훼손하는 꼴이다. 핸디캡을 주고도 경기를 하는 생활체육적인 발상이다.

 

진정으로 전문체육 발전을 원한다면 가치 없는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올림픽에서 정상을 다투고 아시안게임서 중국이 독주한다고 순위 방식을 바꾸지는 않는다. 메달을 못 땄다고 체육발전을 포기하는 국가는 없다. 순위결정 방식 변경이 오히려 발전보다는 퇴보의 독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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