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등단…소설 ‘죄와 야비’ 조명한 ‘늰 내 각시더’로 주목 박물관에서 자연 벗 삼으며 예술·문학 꿈꾸는 이들 가르쳐
“죄(罪)의 색은 검고 흰 단색밖에 낼 수 없습니다. 반면 야비(野卑)의 색은 천연색과 같습니다. 자유자재로 변색할 수 있기에 미덕의 색을 잘 흉내 낼 수 있습니다”
양평군 잔아박물관의 김용만 관장(82)은 자신의 소설집인 ‘늰 내 각시더’를 통해 ‘죄’와 ‘야비’의 의미를 이같이 정의했다.
죄는 타락이 뭔지도 모르고 타락했기에 구제가 가능하지만 야비는 뭔지 알면서 타락했기 때문에 구제가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소설 ‘늰 내 각시더’는 ‘죄’와 ‘야비’의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해 많은 교훈을 준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늦은 나이에 문단에 데뷔했다. 그는 지난 1989년 등단 이후 수많은 언론사와 인터뷰를 할 만큼 주목을 받았고 명성을 얻기도 했다. 이후 아내와 함께 포장마차나 허드렛일로 생계를 꾸리면서 문학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고 박물관까지 만들게 됐다.
박물관 이름인 ‘잔아’는 그의 호에서 따왔다. 김 관장은 한자 ‘남을 잔(殘)’에 ‘아이 아(兒)’를 붙여 호로 삼았다. 개그맨, 작가 등 자신과 동명이인이 많은 것도 호를 쓰게 된 이유다.
김 관장은 아내와 함께 잔아박물관에서 세계적인 문호들과 작고한 국내 문인들의 테라코타 흉상, 사진, 작품 해설, 육필, 도판 등을 입체적으로 전시하며 지역민들과 호흡하고 있다.
박물관에는 푸슈킨, 톨스토이, 세르반테스, 카프카, 괴테, 헤밍웨이, 도스토옙스키, 셰익스피어 등 대문호들의 이력과 작품이 전시돼 있다.
그는 젊은 시절을 힘겹게 보냈다. 충남 부여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김 관장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14세 때 부산에서 독도를 측량한 박병수 선생을 만난 것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는 박 선생을 귀인이라고 했다. 박 선생은 고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지인을 통해 그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의 ‘양평살이’는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람을 쐴 겸 무작정 양평 서종면에 왔는데 뻐꾸기 울음소리와 자동차 소리가 들리지 않던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춘 곳에 매료됐다. 이후 30년 남게 터를 잡고 살고 있다.
김 관장은 산과 물 자연과 벗 삼아 마음껏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문학, 예술인, 작가 등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잔아박물관에서 매주 소설을 가르치고 있다.
김 관장은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유언을 가슴에 새기고 순수 문학을 하기 위해 평생 노력했다”며 “글쓰기를 50년 넘게 했지만 죽을 때까지 문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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