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또? 과천시장 주민소환

역대 시장 셋, 소환에 다 엮여
무산되며 7억 낭비, 행정 마비
‘주민 없는 주민 소환’도 책임

과천에 또다시 주민소환이 등장했다. 관련 법이 시행된 것은 2007년이다. 이후 실제로 투표까지 간 게 두 번이다. 기초지자체 중에 제일 많다. 이번 청구인도 한 시민이다. 소송 패소로 인한 세금 낭비가 이유다. 2013년 하수슬러지 처리시설을 설치했다.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경기도에서 제동이 걸리는 등 문제가 생겼다. 손해봤다며 업체가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시에 67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시장이 책임지라는 주민소환이다.

 

나름의 검토가 있었을 것이다. 적정성 여부를 함부로 얘기할 건 아니다. 딱히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듣는 시민이 각자 판단하면 될 일이다. 살펴보려는 건 과천의 유별난 역사다.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다. 1990년 이후 쭉 그랬다. ‘10년 후에도 살고 싶은 곳’ 1위다. 2023년 조사다. ‘인구 순유입률’이 경기도 1위이고 경기도내 출산율 2위다. 둘 다 2021년 통계다. 참 좋은 동네다. 그런데 안 어울리는 오명이 있다. ‘주민소환 1위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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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에서 투표 관리 책임자들이 서명부를 확인하고 있다. 경기일보DB

 

전국에서도 특별하다. 행자부의 2022년 말 현재 통계가 있다. 124건의 주민소환 청구가 있었다. 이 중에 실제 투표까지 간 청구는 11건이다. 기초자치단체장 소환은 4건이다. 2011년 과천시장, 2012년 삼척시장, 2013년 구례군수, 2021년 과천시장이다. 2건이 과천시장이다. 전국 기초지자체가 226개다. 이 가운데 절반이 과천시장인 셈이다.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살고 싶은 동네’라면서.... 툭하면 주민 소환으로 뒤집힌다.

 

앞선 두 번의 주민 소환에는 유사점이 있다. 모두 지역 개발과 관련된 반발이었다. 중앙정부가 내리꽂은 신도시 깃발이다. 막아 내지 못한 시장의 책임을 물었다. 근데 이번엔 좀 다르다. 행정 절차 위반과 세금 낭비가 이유다. 67억원 패소했으니 시장 그만두라고 한다. 예산 낭비가 소환 사유다. 그렇다면 겹치는 화두가 있다. 주민 소환에 쓰이는 예산이다. 위법 단속 인건비, 운영비, 여비 등이다. 주민 소환 없으면 안 쓰일 돈이다.

 

법 제26조 1항에 딱 정해져 있다. ‘경비는 해당 지자체가 전부 부담한다.’ 시장 불신임에 드는 돈을 시가 내는 셈이다. 과거 두 번도 그래서 과천시가 냈다. 2011년에는 2억4천여만원이 들었다. 2021년에도 4억4천300만원 들었다. 이뿐만 아니다. 회계 처리로 계산 못할 무형의 손실도 컸다. 추진 기간 여론이 두 동강 났다. 정상적인 행정 추진이 사실상 막혔다. 7억원보다 큰 행정력 낭비다. 이 돈을 또 쓰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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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과천시장 주민소환 투표장에 주민들이 입장하고 있다. 경기일보DB

 

주민소환이 금과옥조다. ‘직접 민주주의 제도의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칭송된다. 무조건 관대하게 봐주고 넘어간다. 그래야 민주적 판단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러니 ‘지금보다 더 활성화하자’는 주장만 있다. 청구 금지 기간을 단축하자고 주장한다. 지금은 시장 임기 개시 후 1년간 못한다. 서명수를 지역별로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서명 조건은 15%다. 개표 요건을 완화하자고 주장한다. 지금의 개표 하한선은 33.3%다.

 

다 맞더라도 과천에선 틀리다. 주민소환제 17년이다. 과천시장이 세 명 있었다. 여인국(2002~2014년)·신계용(~2018년)·김종천(~2022년)·신계용(현재)시장. 예외 없이 주민소환에 걸려들었다. 매번 ‘찬성·반대’ 현수막으로 길거리가 덮였다. 매번 개표도 못하고 묻혀 버렸다. 이번에도 다를 거 같지 않다. 이걸 민주주의 꽃이라 우기면 안 된다. 과천 발전을 위한 견제였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 그렇게 봐주기엔 소모적 과거가 너무나 생생하다.

 

주민 없는 주민 소환은 또 다른 주민 소환의 대상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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