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백령도 최대 4시간40분… 해마다 20여명 사망 중증응급환자 이동시간 단축 위해 추가 배치 목소리에 市 “헬기 구입 등 운영 예산 너무 커 당장 추진 어려워”
인천의 닥터헬기가 백령도를 비롯해 대청·소청도까지 오가는데 왕복 4시간 이상이 걸리다보니 중증응급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쳐 해마다 20명씩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지역 안팎에선 닥터헬기를 백령도나 연평도 등에 추가 배치해 이동 시간을 줄여 골든타임을 확보하거나, 섬 지역의 의료체계를 강화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국립중앙의료원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의 닥터헬기가 백령 등으로 출동하다가 환자가 사망해 헬기가 되돌아오거나, 아예 출동을 취소한 건수가 해마다 2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22건, 2021년 19건, 2022년 12건, 지난해 19건 등이다.
현재 시는 해마다 45억원을 들여 AW-169 중형 닥터헬기 1대를 운영하고 있다. 도서·산간지역 등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부평구 일신동 505 항공부대에 있는 계류장에서 길병원으로 이동, 전문의료진 등 4명이 닥터헬기를 탑승해 출동한다.
하지만 길병원에서 백령도까지 왕복거리가 384㎞로 멀다보니, 기상 상태에 따라 빠르면 왕복 3시간30분, 늦으면 4시간40분까지 걸린다. 통상 골든타임은 뇌혈관 질환이 3시간, 중증 외상 1시간, 심장마비 4~6분이다. 이로 인해 닥터헬기가 출동하는 도중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잦다.
최근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있는 인천의료원 백령병원에 실려온 급성 뇌출혈 환자 A씨는 전문적인 수술을 할 수가 없어 결국 육지의 대형병원에 닥터헬기를 요청했다. 빠른 시간 안에 원인을 파악하고 수술 등의 치료가 이뤄져야하는 급박한 상황이지만, 닥터헬기가 날아 오는 2시간을 낭비할 수 밖에 없었다.
백령도에 사는 심효신씨(61)는 “당시 친구는 숨이 꼴깍 꼴깍 넘어가는데, 마냥 헬기만 기다려야 하니 너무 답답했다”며 “급성 뇌출혈이라 긴급처치를 해도 3시간 안에 수술을 해야 한다는데, 골든타임이 넘어갈까 너무 조마조마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닥터헬기가 백령도로 오는 2시간을 기다리는데, 이러다 (친구가) 죽겠구나 싶었다”며 “사람이 죽고 나서 오는 닥터헬기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백령병원 관계자는 “백령도나 중간 지점인 연평도 등에 닥터헬기를 고정 배치하는 등 의료 환경 및 접근성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혁준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은 “중증응급환자의 경우 1분 1초에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며 “백령도 등은 현지 병원에 1차로 응급수술이 가능한 의료진이 상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인천의료원 백령병원의 상주 의료 인력을 강화하는 등 지역 의료 체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닥터헬기를 추가로 배치하기엔 구입은 물론 운영 예산이 너무 커 당장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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