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양시 조은호 과장의 작지만 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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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호 안양시 도시계획과장이 안양시 석수역 인근에서 직원들과 1번 출구 인근의 보행로를 점검하고 있다. 경기일보DB

 

공무원의 존재 이유를 더 없이 증명해 보였다. 안양시 조은호 도시계획과장 얘기다. 본보 기자가 취재를 통해 확인한 바는 이렇다. 조 과장이 석수역 인근 호암산을 등산할 때 일이었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귀퉁이 도로를 목격했다. 인도 선이 차도를 침범했다가 들어오는 지점이 있었다. 사람 통행은 전봇대 하나가 막아 서고 있었다. 다른 쪽 면은 50~70㎝ 높이 단차에 막혔다. 조 과장이 주민에게 이유를 물었고 도로에 얽힌 곡절을 알게 됐다.

 

안양시 만안구 인도와 서울 금천구 인도가 이어지는 구간이다. 단차와 전봇대를 피해 인도가 차도 쪽으로 휘어져 나 있다. 우회 정도가 심해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7월에 이곳을 지나던 시민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민원 제기가 수년째 이어진다. 2020년 이후 청와대, 안양시, 금천구에 제기했다. 안양시와 금천구가 해결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지자체간 고민도 부족했고 보행로 상당 부분을 소유한 토지주가 동의하지도 않았다.

 

조 과장은 해결책을 내기 위해 필요한 대화를 시작했다. 서울시와 금천구 의원에게 보행로 개선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지역의원의 도움을 받아 금천구 관계자와 머리를 맞댔다. 금천구 도로과장, 조사관, 임대인, 임차인 등과 소통했다. 행정을 떠나 진솔한 대화였다. 1년여간 이런 과정이 계속됐다. 문제 해결의 방향이 나왔다. 금천구가 단차 구간에 경사로를 만들기로 했다. 안양시는 전신주 이전을 책임지기로 했다. 국유지, 시유지, 사유지가 혼재된 주변 땅은 시가 매입하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토지주의 동의도 얻었다.

 

우리도 조 과장만의 공적이 아님은 잘 안다. 함께 머리를 맞댄 안양시 공직자들이 있었다. 금천구의 전향적인 협조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한전의 고민과 결정도 중요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조 과장을 소개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작은 문제를 지나치지 않고 소비자인 지역민 입장에서 접근해 준 자세다.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추진했던 자세다. 이런 자세가 결과를 만든 것이다. 또 다른 참사를 막게 해준 것이다.

 

‘쾌적한 도로 환경’은 모든 지자체의 구호다. ‘시민의 안전 도모’는 모든 행정의 목표다. 거창하고 요란하게 내걸린다. 그런데 모두가 실천하는 것은 못한다. 말로는 누가 못하나. 중요한 건 이를 실천하는 현장의 공무원이다. 이상한 단차 도로를 들여다 보고, 가로 막힌 전봇대를 올려다 보는 공무원이 필요하다. 내 업무에 접수돼 있는 민원이 아니더라도 펼쳐 놓고 고민하는 공무원이 필요하다. 안양시 ‘작은 도로’ 행정에서 그런 공복의 모습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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