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김윤식 前 시장의 잘못된 선택

민주, 경기도 대표 3선 시장
공천 찾아 20년 경쟁 당에
‘공천 파행’ 닮은 ‘당적 파행’

‘3선 연임’은 드물다. 그 역사에 여인국 전 시장도 있다. 과천시장을 12년 했다. 3선 출마 때 추억을 소개했다. “명함 돌리기도 민망했습니다. 어떤 시민은 대놓고 말하더군요. ‘또 나와요?’. 왠지 죄 짓는 거 같았습니다.” 거기서도 이겼고 3선으로 퇴임했다. 많은 이들이 국회의원을 얘기했다. 하지만 정치에서 사라졌다. 공직 경험으로 행정사를 시작했다. 그 후 봤을 때 총선 생각을 물었다. “안 합니다. 천만원 내기.” 내가 졌고 ‘천만원’은 사라졌다.

 

3선, 여기에 ‘연임’이다. 필요한 정치적 조건이 있다. 하나는 세 번 연속 공천을 받아야 한다. 공천의 절대권자는 지역 국회의원이다. 세 번 연속 공천을 꺼린다. 3선 하면 기어오를 거라고 본다. 한 번 해보자며 덤빌거라고 본다. 많은 2선 시장들이 그렇게 날아간다. 여인국·김윤식(시흥시장) 시장, 그리고 염태영(수원시장)·곽상욱(오산시장) 시장 등은 그런 고비를 넘겼다. 본인들은 ‘내가 잘해서’라고 말한다. 국회의원들은 ‘공천을 줘서’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세 번 당선이다. 당선의 결정권자는 지역 유권자다. 두 번쯤 하면 교체 바람이 분다. 8년 시정에 피로해한다. 대책 없는 기준을 말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 일단 새로 바꿔보자’. 이쯤 되면 없던 비리도 등장한다. 행정 특혜, 인사 전횡, 개인 추문.... 여·김 시장, 그리고 염·곽 시장 등도 이런 고비를 넘겼다. 역시 본인들은 ‘내가 잘해서’라고 한다. 국회의원 해석은 여기서도 다르다. ‘정당 바람이 불어줘서’라고 한다. 그래도 정당이 중요한 건 맞다.

 

김윤식 시흥시장의 3선은 어땠나. 2009년 보궐에서 당선됐다. 전임자가 돈 먹고 감옥 간 자리였다. 경기도 시∙군은 한나라당 판이었다. 당선되자 유일한 민주당이었다. ‘연잎밥 오찬’에서 얘기를 나눴다. 차분하게 설명하던 기억이 있다. 그 1년으로 외로움은 끝났다. 재선(2010년)과 3선(2014년)은 세상이 바뀌었다. 민주당 깃발이면 다 됐다. 그렇게 3선을 채웠고 퇴임했다. 그에도 정치 조건은 같았다. 세 번의 공천과 정당의 바람이었다.

 

그런데 국민의힘으로 간단다. 이적의 변을 설명했다. “민주당 역사와 정신이 모두 무너지고 망가지고 있다. 더는 지킬 가치도 역사도 사람도 없다.”, “바보가 되면서 끝날 바에는 죽더라도 서서 싸우다 죽을 것이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시흥시을)을 겨낭했다.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경선 다툼의 기회조차 안 줬다. 화가 날 거다. 모욕적일 거다. 그러더니 옮긴다고 한다. 입당하면 공천 줄 것 같단다. 오늘부터 국민의힘 김윤식을 볼 것 같다.

 

민주당 제정구 의원 비서였다. 민주당 경기도의원이었다. 그리고 민주당 3선 시장이었다. 그런 그가 옷을 갈아입는다. 시민들에게 ‘국민의힘 최고’를 외칠 모양이다. 중앙은 국민의힘을 주어(主語)로 푼다. 국민의힘 결정을 공격한다. 원칙 없는 공천, 이삭 줍기 공천.... 쓰기 쉽고 읽기도 쉽다. 그런데 경기도에선 그렇게 풀면 안 될 듯하다. 김윤식은 경기도 대표 민주당이었다. 그가 주어인 것이 경기도 문법에 맞다. 지역의 비난도 그가 받아야 맞다.

 

3선 연임 시장은 많다. 각자 화나는 상황이 왜 없겠나. 기회마저 박탈 당한 시장도 있다. 연일 모멸에 고통받는 시장도 있다. 여인국처럼 보따리 싼다면 모를까. 대개가 이런 걸 참고 견딘다. 화 난다고 박차고 나가지 않는다. 경쟁하던 정당 품에 냅다 안기지도 않는다. 이게 초·재선 시장과 다른 현명함이다. 12년 선택받은 이들의 진중함이다. 김 전 시장에게 이게 없다. 현명함도 없고, 진중함도 없다. 오로지 분노와 보복, 그리고 공천만 보인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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