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찌꺼기로 연명하던 어르신 살려 후원자에겐 용처 밝히며 신뢰 쌓아
“어렵고 힘들 때 새로운 삶의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광주시 남부무한돌봄행복나눔센터 이지영 센터장(45)의 말이다.
이 센터장에게는 최연소, 여성 최초의 센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1급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직원 7명과 함께 광주지역 300여명의 사례자를 돌보고 있다.
저소득층 중에서 연령에 상관없이 제도권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사례자 대상이다.
생활비, 의료비, 학습비는 물론 안전한 주거환경을 위해 도배와 장판 등 집수리를 돕고 하·동절기에는 냉난방비 지원에 나선다.
사회복지직은 타 직업군에 비해 이직률이 높지만 남부센터는 센터장 특유의 친화력과 투명한 운영 방식으로 이직률이 낮은 편이다.
30대 후반으로 젊은 편에 속하는 직원들이 짧게는 4~5년, 길게는 15년째 이 센터장과 함께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지켜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적은 인원으로 많은 사례자를 관리하다 보니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 출근은 일상이 됐다.
현장 방문을 원칙으로 2인1조로 활동하는 규정이 있지만 정해진 인력으로 현실에서 적용할 수 없다.
이 센터장은 “사례자 대다수는 이미 제도권에서 거부당하고 욕설에 성추행, 성희롱은 다반사다. 방문상담에서 웬만한 봉변은 일도 아니다. 어지간한 일로는 당황하지도 않는다”며 “여성 직원이 남성 상담을 하면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례자 관리 과정에서 고충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보람이 있다.
수술비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 아내의 수술비를 지원해 소중한 생명을 살렸고 먹을 것이 없어 남이 먹다 버린 중국음식 찌꺼기로 근근이 연명해 가던 어르신을 도와 치료와 사례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센터장은 “많은 분의 도움으로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참조은병원과 스마일디자인치과, 로하스한울(퇴촌) 등 지역 내 의료기관이다. 로하스의 경우 도움을 요청하며 왕진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인근 지역의 병의원들의 도움이 있기에 지금의 센터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감사를 표했다.
초창기에는 후원금 및 물품 기탁에 어려움을 겪으며 라이온스 및 카네기 등 각종 단체들을 찾아다니며 기금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는 후원자들의 신뢰를 얻으며 한 명의 후원자가 또 다른 후원자를 소개하며 연간 3억여원 상당의 현금 및 물품이 기탁된다. 후원자에게 일일이 찾아가 용처를 보고하고 후원자가 직접 행사 등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쌓아온 신뢰의 결과다.
이 센터장은 “사회복지직은 그 어떤 직업보다 전문성이 요구되고 사명감과 뚜렷한 직업의식이 필요하다. 운전면허처럼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볍게 보는 인식이 안타깝다”며 “사례자에게 한없이 살가우면서도 가족들에게는 아주 부족한 직업이다. 정년이 되는 그날까지 가늘고 길게 아주 열심히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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