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환자 고통 커져... 양측 절충안 찾아야 [집중취재]

의료계 “무작정 증원시 의료품질 악화 우려
의료 서비스·인프라 강화 위해 수가제도 개편”
정부, 2천명 증원 고수… “미복귀자 법적 처분”
“정부-의료계 모두 조건 없는 상호협의 통한
해법 모색이 우선… 의료대란 해결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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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유동수화백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며 ‘의료공백’ 사태와 함께 ‘총궐기대회’까지 벌어지자 일단 해결책부터 모색하는 게 선순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필수 의료 인력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제시하면서 의료수가 제도 개선을 고민하고, 의료계는 본인들이 희망하는 적절한 증원 규모를 정부와 논의하는 등 양측이 절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의료계가 반발하는 주된 이유는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해서 의료 인력이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 등 비인기 진료과목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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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엄민서기자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이 같은 필수 의료 인력을 ‘언제’, ‘어떻게’ 배치하고 조정할지가 관건인데 이에 대한 대책 없이 무작정 정부가 증원만 논한다는 주장이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젊은 의사들이 다른 분야보다 고발 위험성 등이 높은 필수 의료 과목을 선택하지 않다 보니 의료 현장은 이미 초토화 직전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해서 이들이 필수 의료 쪽으로 올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며 “정부가 여론에 편승한 ‘의사 악마화’를 멈추고 필수 의료 인력에 대한 지원 강화부터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진료수가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동반된다.

 

수가 제도는 의료인이 제공한 진료행위마다 항목별로 가격을 책정해 진료비를 지급하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수가가 낮아 낙후된 의료 서비스와 인프라를 펼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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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엄민서기자

 

앞서 2022년 8월 대한의사협회 역시 “‘수가 제도’를 활용하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뇌 관련 수술 수가를 비교한 결과 국내 수가가 일본의 20% 내외 수준을 보였다”고 진단한 바 있다.

 

당시 의협은 ‘두개내 종양적출술(송과체부 종양)’ 수술의 우리나라 수가는 244만9천531원이지만 일본은 1천581만원으로 6.45배 차이였고, ‘경비적 뇌하수체 종양 적출술’은 한국 199만700원, 일본은 872만원으로 4.38배(4.38배) 차이였다고 분석했다.

 

의료계 내부에선 수가를 올리면 단순히 의사들이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올라간 돈만큼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실질적인 필수 의료인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꺼내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방에 위치한 대형병원 응급실의 경우 의사들에게 줄 돈도 빠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증원을 이어간다면 의료 품질은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며 “더 나은 의료 서비스와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적절한 범위 내에서 수가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상호 협의를 통해 증원 규모를 논의하는 게 급선무다.

 

홍승봉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성균관대 의대 신경학과 교수)은 “최근 협의회 자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0.9%는 의약분업 이전처럼 350명 증원 규모를, 그 외 24.9%는 500명 증원이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절반에 달하는 45.8%가 350~500명 증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셈”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모두 양보하고 적절한 증원 규모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극렬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장도 “정부의 2천명 증원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물음은 있지만 이대로 정부와 의료계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 의료 공백을 막기는 점점 어려워 질 것”이라며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정부와 의료계가 ‘조건 없는 협의를 통한 의료대란 조기해결’을 우선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약 2주간 전공의들이 근무지를 이탈하며 ‘의료 공백’이 우려된 가운데, 이날(3일)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까지 열리면서 결국 파업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의과대학 정원 2천명 증원에 대해 정부 스탠스(입장)가 변화한 바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에겐 “불가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밟아나갈 수밖에 없다”며 법적 처분을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백찬기 대한간호협회 홍보국장은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에 간호사들만이 남아 가뜩이나 많던 현장 업무가 가중되는 중”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 빨리 강경 대치를 끝내고 대화에 나서야 환자들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수가란

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의사나 약사 등의 의료서비스에 지불하는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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