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업지구관리재단’이 해산된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을 지원하던 기구다. 이 업무를 민간 기관인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위탁하기로 했다. 통일부가 이런 내용의 개정안을 12일 국무회의에 상정한다. 필요한 절차를 모두 거치면 재단은 20일쯤 해산할 것 같다. 2016년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8년 만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차원이었다. 이번 결정을 접하는 우려와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우선할 것은 우리 기업의 피해 최소화다. 가동 중단 이후 기업들의 자산은 북한에 묶였다. 시설부터 제품까지 모두 북한 수중에 남았다. 북한은 이들 기업 가운데 30여곳을 무단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한 피해액이 4천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통일부는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속에 나설 방침이다. 이 소송의 주체가 재단이었다. ‘법적 대응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다. 확실히 담보해야 한다.
분명히 짚고 가야 할 교훈도 있다. 개성공단 사업은 2000년 시작됐다.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식기회사 리빙아트, 의류회사 신원 등의 기업이 입주했다. 2010년 9월에는 북한 근로자가 4만4천명에 달했다. 올 2월 기준 입주 기업이 123곳이다. 한때 남북 화해의 상징 같은 시설이었다. 하지만 남북 관계에 따른 부침이 계속됐다. 2016년 가동 중단 때는 피난과도 같은 탈출 행렬이 이어졌다. 그 철수가 끝이었다.
2020년 6월에는 비극적인 장면도 있었다.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다. 노동신문에 섬뜩한 담화가 실렸다. ‘이미 천명한 대로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고 그 다음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에 위임될 것이다.’ 그러고는 사흘 뒤 폭파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세운 시설이다. 건설비용 180억원 등 235억원을 들여 지었다. 북한에 호의적이었던 문재인 정부였지만 대남 도발의 희생물이 됐다.
개성공단 20년의 적나라한 교훈이다. 역사적으로 기록될 통일 실험이었음은 틀림없다. 하지만 치른 희생이 너무 컸다. 툭하면 대남 위협과 파괴의 수단으로 악용됐다. 민족 화해의 상징에서 민족 파국의 현장으로 돌변했다. 제비 한 마리가 봄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남북 화해는 결코 감성으로 유지될 수 없는 것이다. 평화 없는 경협은 모래 위에 지은 집과도 같은 것이다. 이번 개성공단재단 해산이 또 하나의 그런 예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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