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섭 논설위원
구시화문(口是禍門), 입은 화(재앙)를 불러들이는 문이다. 화종구생(禍從口生),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 입조심,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삶에서 가장 실수하기 쉬운 것이 말이다. 말은 입 밖으로 나오면 주워 담을 수 없다. 경솔한 말은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자신에게 독이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입이 화의 근원이라고 했을까.
총선을 앞둔 요즘 정치판을 보면 말조심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막말 한마디에 훅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 역대 총선에서 터진 막말 사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2004년 17대 총선 때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총선 판세가 바뀌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관련 망언’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4·10 총선에서도 말 때문에 시끄럽다. 공천자들의 과거 막말이 소환돼 화근이 되고 있다. 긴장한 여야 지도부가 ‘설화(舌禍) 주의보’를 발동했다.
국민의힘 조수연 예비후보(대구 서갑)는 SNS에 “친일파가 없었으면 대한제국이 망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당시는 제국주의 시대였고 일본은 고양이, 조선은 생선이었다”고 게시한 바 있다. 같은 당 도태우 예비후보(대구 중·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폄훼 발언을 했다. 또 장예찬 예비후보(부산 수영)는 ‘난교 옹호’ 논란 글로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자도 예외는 아니다. 평소 말이 거친 정봉주 예비후보(서울 강북을)는 “DMZ(비무장지대)에서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경품으로) 목발을 주자”고 했다. 그는 이후 목함지뢰 피해 장병들에게 사과했다고 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과거 언행을 일회성 실수라고 치부해선 안된다. 이는 잘못된 역사관과 그릇된 윤리관 등에서 나온 의식의 표현이다. 공천자들이 예전 발언을 사과했지만 자질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여야가 도태우, 장예찬, 정봉주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이 부메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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