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나를 발견하는데 나이가 상관 있나요, 도전하고 꿈 꾸는 지금이 청춘입니다.”
지난 18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신당동의 DDP 패션몰에선 조금 특별한 패션쇼가 열렸다.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45명의 시니어 모델들이 봄과 함께 시작한다는 의미의 ‘봄, 스프링스텝’을 테마로 한 패션쇼를 선보인 것.
40대 중반의 중년층부터 80대 중반에 이르는 시니어까지 함께 한 이날의 패션쇼는 기존의 패션쇼와는 다른 매력이 흘러넘쳤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시니어들은 당당한 얼굴로 런웨이를 걸었다. 흔들림 없는 눈빛에선 무대 아래서완 달리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빛을 발했다. 이날 무대에 서는 어머니를 보러 온 한 30대 여성은 “엄마가 멋진 옷을 입고 무대에 서서 당당하게 걷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45명의 모델 중 최고 ‘형님’은 올해 나이 여든 넷의 유순자씨(84)다. 유 씨는 70년간 가정주부로 살다 3년 전 처음 모델 학원을 등록했다.
허무하고 울적해지는 일상이 늘어나자 딸이 시니어 모델을 권했다. ‘안 하는 것 보단 해보는 게 후회가 적겠지.’ 주저하는 마음을 뒤로 하고 배움을 시작했다. “평소 허리가 아파 주사를 맞으러 다니면서도 연습하는 시간 만큼은 통증을 잊었다”는 유 씨는 지난 2022년 여든 둘의 나이에 통굽 힐을 신고 런웨이에 처음 섰다. 유 씨는 “이후로도 4번 더 패션쇼에 참가했다”며 “삶의 의미를 다시 찾은 것 같다”고 웃었다.
유 씨 이 외에 대학병원 보험팀에서 일하다 은퇴하고 시니어 모델을 하며 처음 화장을 하고 힐은 신은 박희수씨(60),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고 싶어 시작한 사업가 정영진씨(58) 등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중장년기에 찾아온 우울증이나 은퇴 이후의 절망감 극복, 새로운 자신과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 런웨이에 섰다고 했다.
이번 쇼를 기획한 이은구 디자이너(61)는 자신이 직접 시니어모델을 하며 얻은 활력을 다른 사람들과 전파하고자 레드카펫을 운영하며 패션쇼 등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경기지역 지자체 주민센터에서 시니어모델 관련 강의도 하며 나이를 잊고 새로운 인생을 사는 방법을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중이다.
이 디자이너는 “사람들은 50세가 넘으면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런웨이를 걸어보면 지금도 새로운 걸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어릴 때 풋풋했던 감정이 되살아난다”며 “앞으로도 시니어 모델 패션쇼를 통해 다른 시니어들과 멋지게 나이드는 방법을 나누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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