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정책이 정치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선택의 기준은 오로지 주민 편의여야 한다. 행정 전반에 적용돼야 할 당연한 원칙이다. 그런데 이에 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와 서울시 간의 교통카드 갈등이다. 서울시가 대중교통 정기권 ‘기후동행카드’로 치고 나갔다. 경기도는 경기도민의 이익에 반하는 독선이라고 비난한다. ‘4자 협의 정면 파기 행위’라는 강도 높은 비난까지 내놓고 있다. 경기도만의 ‘경기패스’로 맞설 준비도 하고 있다.
그런데 기후동행카드에 동참하는 경기도 지자체가 늘고 있다. 김포시가 오는 30일 기후동행카드 시행에 들어간다. 서울과의 연계성이 큰 김포골드라인부터다. 카드 가격은 월 6만2천원으로 서울과 동일하다. 김포·서울 간 비용 분담률 협의가 완료되진 않았다. 김포시 관계자는 “일단 김포 출발 열차는 김포시가, 서울 출발 열차는 서울시가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고, 추후 방향별 수요 및 비용을 분석해 구체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포시 선택에도 나름대로 객관성을 갖고 있다. 연계성, 주민 편의, 경제성 등을 든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메가시티’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서울로의 편입이 공식적으로 거론된 김포시다. 시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작이다. 메가시티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이유로 풀이된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사이에서 정치적 또는 정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 있다. 고양시도 기후동행카드 동참 협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가격과 적용 범위를 정하기 위한 실무 논의가 예정된 상황이다. 여기에 구리시도 동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백경현 구리시장이 서울시장과 도입 방안을 논의해 동참을 예고했다. 앞서 과천시도 서울과 관련 협약을 맺었다. 고양시와 구리시, 과천시도 김포시와 닮은꼴이다. 메가시티를 희망하고 있는 지역이다. 기후동행카드가 메가시티에 흡수되는 모양새를 보인다.
또 눈여겨볼 공통점은 시장들의 소속 정당이다. 김포·고양·구리·과천시장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메가시티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군포시도 기후카드에 동참을 선언했다. 군포시장 역시 국민의힘이다. 모두 오세훈 시장과 같은 정당 소속이다. 교통 카드는 순수 행정의 영역이다. 정책 자체에 정치적 색채가 있을 리도 없다. 그런데 약속이나 한 듯 시장의 소속 정당으로 구획되고 있다. 카드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걸 옳다고 봐줄 수 있겠는가.
서울시의 독자 강행, 경기도의 강 대 강 대치, 시장들의 당파적 선택. 모든 게 위민 행정과는 거리 먼 교통카드 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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