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전기 도로 인력 행정 세금 30년 반도체맨의 私見 메모 도움 될 공약-도움 안 될 공약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 요즘은 어렵지 않다. 쓰는 데 별 무리 없다. 1998년에는 안 이랬다. 검찰 브리핑부터 생소했다. 반도체칩, 공정의 수율, 저장 용량 D램.... 메일을 사용했다는 데 메일은 또 뭔지.... 누군가 기자실에 책 한 권을 놔뒀다. ‘반도체란 무엇인가’였던 거 같다. 수원지검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이다. 국익을 지키는 수사였다. ‘곽무근 특수 부장검사’, ‘아무개 국정원 직원’.... 모두 애국자들이었다.
또 반도체다. 이번엔 더 어렵다. 산업 분석이 필요하다. 필요한 정책이 뭘까. 숙제를 낸 건 정치권이다. 22대 총선에 화두로 던졌다. 여야의 반도체 벨트 공략 전술이다. 이천-용인-수원-화성-평택. 공장이 직접 위치해 있는 지역이다. 영향권으로 성남, 오산도 있다. 경기 남부의 상당 부분이 포함된다. 해당 인구만 어림잡아 500만명이다. 이 거대 표밭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각 당에서 쏟아낸 공약만 십 수개다.
생업 바쁜 유권자들이 이해할까. 다행히 이 걸 조사한 수치가 있다. ‘수원-용인-화성’ 조사다. ‘각 당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인지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국민의힘 공약 67.0%, 민주당 공약 46.8%다. 호감도도 물었다. 국민의힘 31.8%, 민주당 23.5%. 한국경제 의뢰로 피앰아이가 12~14일 800명을 조사했다. 10여일 지났다. 그 후 김동연 지사도 반도체 철도 구상을 밝혔다. 요 며칠 조사치는 없다.
나는 도통 모르겠다. 어떤 게 좋은 공약인가. 누가 좋은 후보인가. 그래서 ‘반도체 전문가’에게 물었다. 반도체 경력 30년의 지인이다. ‘정치권에 바라는 게 있으면 알려 주십쇼.’ 답장이 왔다. ‘회사는 어떤 입장도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이해된다. 그들에게는 처음이 아니다. 때만 되면 등장하는 반도체 공약이다. 선거 끝나면 공약도 다 없어진다. 새삼 기대할 게 뭐가 있겠나. 대신 사견(私見)이 왔다. 그걸 적는다.
-미국에서는 기업유치할 때 세제 혜택, 투자만 해도 지원금 팍팍...8조. 우리나라는 대기업 특혜라 세금 혜택 불가, 지원금은 꿈에도...’-. 세제·지원금 혜택을 얘기한다. 미국 반도체법(칩스포아메리카)이 있다. 반도체 산업에 520억달러를 지원한다. 중국의 ‘중국제조 2025’가 있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 목표다. 역시 막대한 지원금을 준다. 우리에겐 대기업 특혜가 된다. 그가 적은 소망, 하나다.
-해외 투자기업은 인프라시설 국가∙지방정부 부담...우리는 수혜자 부담원칙으로 물 관로 공사, 전기 설로 공사, 도로 개설 등 기업 부담-. 전기, 물, 도로 혜택을 얘기했다. 용인에 반도체 공장이 선다. 남한강에서 37㎞ 온다. 중간에서 꼬였다. 삼성전자 진입로가 막혔다. ‘경기도-수원-삼성’이 3천120m를 풀었다. 구간 다섯 개 중에 세 개는 삼성이 했다. 이게 엄청난 기업 살리기 역사란다. 소망, 두 번째다.
더 있다. -인허가 지원...대만 TSMC는 정부에서 출자해 시작한 기업이라... 아쉬운 것은 즉시 법 개정해 지원. 우리는 산업단지 지정부터 고시, 토지보상, 건축 인허가 등 짧아야 10년-. -우리 직원 버스 조금만 타도 멀다고 한다. 주거환경, 교육인프라 등 부족으로 차라리 퇴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전자공학(반도체학과 학비, 용돈, 졸업 후 취업 확보)가 미달...인력확보 불가능-. 다 해서 다섯 개 소망이다.
내겐 도움이 컸다. 쉽게 정리가 됐다. 말미에 적혀 있다. “생각 나는 대로 적은 겁니다.” 맞다. 투박하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30년 차’ 반도체맨의 얘기 아닌가. 말장난 뺀 진솔한 소망이다. 메모를 읽고 다시 공약을 봤다. 많은 게 보인다. 도움 될 공약과 도움 안 될 공약. 반도체 육성 공약과 반도체 사칭 공약. 그리고 찍을 후보와 찍으면 안 될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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