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국제도시에는 여느 경제자유구역과는 차별화된 교육 인프라가 있다. 인천글로벌캠퍼스(IGC)다. 외국 유명 대학 한국분교들의 연합 캠퍼스다. 십수 년 각고의 유치 노력으로 이제 번듯한 면모를 갖췄다. 한국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겐트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뉴욕주립대 FIT 등이다.
외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교육·의료 인프라가 필요했다. 초기에는 또 다른 명분도 겸했다. 조기 유학이 한창이던 때다. ‘굳이 미국 유럽으로 가지 않고도 송도에서 학위를 딸 수 있다’고 했다. 자리를 잡기까지 인천시는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가 서울에서 로스쿨과정(법학석사·LLM)을 열려고 해 시끄러운 모양이다.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캠퍼스 설립비와 운영비 등으로 90억원을 지원받은 조지메이슨대다. 그런데도 정작 알짜배기 과정은 인천이 아닌 서울에서 운영할 계획이었다. 인천시민들의 실망이 더 큰 것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어서다.
지난해 가을에는 유타대 아시아캠퍼스가 비슷한 시도를 했다. 이 대학의 의료혁신센터(CMI)를 서울바이오허브 글로벌센터에 세우려 했다. 서울시와 업무협약(MOU)도 준비했다. 지난 10년간 인천에서 100억원 이상을 지원받은 유타대다. 그런데도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이 즐비한 인천 송도는 쳐다보지 않았다. 대신 몰래 서울행(行)을 택하려 했다.
조지메이슨대의 LLM(Master of Laws)이 어떤 과정인가. 미국 최상위 로스쿨 중 하나인 ‘안토니안 스칼리아 로스쿨’ 과정을 제공한다. 법학 석사 학위와 미국 워싱턴DC 변호사 시험 응시 자격을 동시에 딸 수 있다. 논란이 일자 한국조지메이슨대 측은 이렇게 해명했다. “로스쿨과정을 위한 자체 캠퍼스나 교육기관을 따로 설립하는 건 아니다”, “입학생의 접근이나 홍보, 원활한 학생 모집 등을 위해 서울을 검토했을 뿐이다”.
과연 그럴까. LLM만 넣어 검색해 봐도 입학 정보가 주루룩 쏟아진다. ‘5월8일 과정 시작 내년 4월26일까지 진행, 총 27학점으로 구성’, ‘서울에서 진행하는 오프라인 강의와 직장인을 위한 온라인 강의 옵션의 하이브리드 형태로 진행’, ‘내년 7월 미국 워싱턴DC 변호사 시험 응시 가능’ 불과 10여일 전 올라온 게시물들이다.
이대로 가면 인천글로벌캠퍼스는 요식적 캠퍼스로 전락할 수도 있다. 글로벌캠퍼스에 대한 막대한 지원은 결국 인천시민들 주머닛돈이다. 작년 유타대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손 놓고 쳐다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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