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국민의힘의 참패 탈출법, 오로지 ‘공약’

상대 공천 비방 몰두 지지 몰락
남은 13일 정책·공약만 말해야
‘이재명 비방 중단 선언’도 필요

그중에도 수원병을 예로 보자. 달포 전까지 국민의힘 세였다. 국민의힘 후보가 꽤 많이 앞섰다. 상대가 현역 의원인데도 그랬다. 그런 여론조사가 두세 개 된다. 나머지 수원에도 영향을 줬다. ‘0 대 5’ 불모지에 희망을 말했다. 그러다 꺾였다. D-30일 즈음해서다. 민주당 후보에게 뒤처졌다. 지지율 차이가 정반대다. 서너 개 여론조사가 그렇다. 한 달 새 이런 손 바뀜이 가능할까. ‘노무현 탄핵 후폭풍’도 아닌데. 어떤 상황이 있었을까.

 

국민의힘이 앞섰던 요인을 보자. 고위 관료 출신을 전략 배치했다. 그를 통해 공약을 쏟아냈다. 반도체 메가시티, 철도 지하화다. 철도 공약이 대박이었다. 그게 1, 2월이다. 2, 3월 여론에 반영됐다. 국민의힘이 몰락한 요인을 보자. 여론이 민주당 공천에 쏠렸다. 국민의힘도 그 논평으로 소일했다. 지역에서의 공약 생산이 멈췄다. ‘민원 국민택배’도 사라졌다. 민주당 공천이 마무리됐다. 비난할 소재가 사라졌다. 그러자 몰락이 왔다.

 

지금은 어떤가. ‘오늘 선거를 치른다면 의석수는?’ 언론의 아주 치사한 접근법이다. 한 발 빼고 걸치려는 분석이다. ‘오늘’이 아닌데 왜 ‘오늘’을 기준 삼나. 그냥 오늘을 재료 삼아 보름 뒤를 말하면 된다. 대충 꿰맞춰 보면 이렇다.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고전할 것 같다. 경기도에서는 더 그럴 것 같다. 보이는 결과는 두 가지다. 참패냐, 석패냐. 국민의힘 경기도당에 주어진 눈 앞의 과제는 하나다. ‘참패라도 면해 볼 방법은 없는가’.

 

유일한 답이 공약이다. 모든 총선에 통하는 공식이다. 야당은 공격, 여당은 정책이다. 지난 한 달여, 국민의힘이 이걸 버렸다. 민주당 공천 비판에 정신 팔렸다. 이재명 공격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정책도, 공약도 다 가려졌다. 결론이 뻔하다. 여당은 이재명 비방, 야당은 윤석열 비방.... 대통령 비방이 훨씬 흥미롭다. 대표 부인 의혹 비방, 대통령 부인 의혹 비방.... 영부인 비방이 훨씬 먹혀든다. 질게 뻔한 이 게임에 여당이 뛰어들어 뒤엉켰다.

 

대통령 얘기 꺼낸 차에 정책 투어도 보자. 전국을 돌며 정책 청사진을 던진다. 특례시 지원을 수원 후보가 얘기했다. 두 시간 뒤에 대통령이 특례시 지원법을 약속했다. 철도 지하화를 수원 후보가 얘기했다. 며칠 뒤 대통령이 경인 철도 지하화를 약속했다. 선거법이 아슬아슬하다. 그런데도 계속하는 이유가 있다. 여당 후보에게 밑밥 깔아주는 것이다. 그 밑밥을 먹어야 할 당이 엉뚱한 짓을 했다. 남의 당 공천 비판만하다가 모두 잃었다.

 

“좋은 공약은 귀에 못이 박이도록 하고 또 했다. 유권자가 투표장 갈 때 귀에서 윙윙거리게 만들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9단이다. 그가 소개한 선거운동 원칙이다. “아무리 좋은 이슈도 선거 때는 보름을 못 간다. 그걸 조절하는 게 참 힘들더라.” 노무현 대통령도 선거 귀재다. 경인지역 국장단 오찬에서 말했다. 공약은 반복하라는 얘기고, 보름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총선은 254개 지역의 대통령선거다. 절박하면 배워야 한다.

 

이제부터 13일의 전투다. 선거다운 선거를 보고 싶다. 야당은 야당답게 가야 한다. 윤석열 정부를 신랄하게 공격해야 한다. 그렇게 가고 있다. 압도적 지지가 그 증명이다. 여당은 여당답게 가야 한다. 집권당의 정책 보따리를 풀어놔야 한다. 그렇게 못 가는 거 같다. 패배의 공포가 그 증명이다. 이제라도 여당답게 가야 한다. 공약만 내걸고, 공약만 말해야 한다. ‘잃을 것만 있는’ 비방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마지막이고 유일한 수다.

 

‘국민의힘은 이제부터 이재명 비방을 중단합니다. 공약만으로 승부하겠습니다.’ 국민의힘에 기대하는 선언이다. 혹시 이걸 해 볼 용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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