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당선자가 이번에는 총선판을 흔들겠다고 말했다. 임현택 차기 회장은 28일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 “(의사에 모욕 준)정당에 궤멸 수준의 타격을 줄 수 있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전날 ‘한 명이라도 건들면 즉시 총파업하겠다’던 협박에 이른 막말이다. 거듭되는 정부 협박, 사법 우롱 발언이다. 정부의 ‘유연대처 기조’가 필요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 개혁의 필요성을 반복해 강조했다. 가장 출발이 된 논점은 의대생 증원이다. 2천명으로 정했고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 그 근거도 분명하고 반복해서 밝혀 왔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합리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임 당선자가 저출산으로 의대 정원을 되레 500~1천명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서로 대화해야 한다”며 일축했다. 그 규모를 갑자기 줄이면 국민이 혼란스럽다.
정부의 권위는 또 어떻게 되나. 정부 권위는 대통령 또는 장관의 것이 아니다.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의 것이다. 앞서 임 당선자가 복지부 차관의 파면을 조건으로 걸었다. ‘해임이 아니라 파면’이라고 꼭 집었다. 복지부 2차관이 파면될 사안이 있나. 의료 개혁을 밀어붙인 것이 파면 사유는 아니다. 그 논리면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탄핵돼야 한다. 결국 맘에 안 드는 공직자를 치우라는 얘기다. 이런 주장을 했던 대한민국 집단이 있었나.
농락당한 사법 질서는 또 어쩔 건가. 노환규 전 의협회장의 조롱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내가 처벌 못할 거라고 하지 않았나. 웃음이 나온다.” 그의 주장은 의사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수준이 아니다. 의사들이 위법하지 않았다는 전제는 아예 없다. 결국 의사들이 위법한 행위를 했어도 대한민국 정부는 처벌하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다. 권리를 주장하다가 처벌받는 국민은 각계에 많다. 그들은 힘 없어서인가. 의사는 왜 특별해야 하나.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유연 대처를 주문했다고 알려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당과 정부가 아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70%, 혹은 80%에 육박하는 의료 개혁 지지 국민이다. 지금 시점에서 이들 국민에 다시 물어야 한다. ‘증원 줄일까요’라 묻고, ‘불법 의사 처벌하지 말까요’라 물어야 한다. ‘의료계 협박을 어찌 봅니까’라 물어야 한다. 의료개혁의 출발은 국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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