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_공간의재발견
‘당신이 절대적으로 알아야 할 유일한 것은 도서관 위치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경기도 최초 도립도서관인 경기도서관이 2024년 12월 준공될 예정인 가운데 막상 우리 가까이에 있는 ‘동네’ 도서관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반세기 동안 군사도시 역할을 수행한 의정부시가 ‘책 읽는 도시’로 변모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의정부음악도서관을 시작으로 우리 주변의 도서관과 그 지역의 특색 있는 독립서점을 소개한다.
군사도시에서 문화도시로의 전환, 의정부음악도서관
“우리 집 가까이에도 음악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 “근처 사는 주민들이 정말 부러운 시간이었다” 등 의정부음악도서관을 다녀간 방문객들의 리뷰는 대부분 칭찬과 부러움의 글이다.
2021년 6월 3일 개관한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연면적 1천691.27㎡, 지상 3층 규모로 도서 9천571권, CD 6천519점, LP 1천288점, DVD 1천55점, 악보 3천170점 등 다양한 음악 자료를 시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의정부시가 특화도서관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정부시는 의정부정보도서관을 건립하면서 명칭에 걸맞은 전자태그(RFID) 시스템을 갖춘 최첨단 공공도서관을 개관했다. 2007년에는 과학도서관과 의정부어린이도서관을 오픈하며 공공도서관 3개 관과 시에서 직영하는 도서관 14개소를 하나로 통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2008년부터는 직영 17개 도서관을 하나의 도서관처럼 이용할 수 있는 상호대차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45만 인구 대비 공공도서관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의정부시는 2010년 도서관 확충 사업을 시의 주요 정책으로 추진했다. 여기에 반세기 동안 군사도시의 역할을 수행한 의정부시의 이미지를 탈피할 만한 문화시설 확충이 필요하
다는 판단이 더해졌다.
이에 의정부시는 2015년 지금의 부지에 도서관 건립 계획을 수립하고 2017년까지 3회에 걸쳐 인근 시민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도서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시민들의 선호도와 지역적 여건 등을 고려해 음악 분야 특성화 도서관 건립을 결정했는데 이는 기존의 의정부음악극축제와 블랙뮤직페스티벌이라는 의정부만의 음악적 문화 자산을 확장·재해석한 의미도 담겨 있다.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음악 중에서도 ‘블랙뮤직’을 모티브로 공간을 디자인했다. 블랙뮤직이란 재즈, 블루스, 가스펠, 솔(soul), 리듬 앤드 블루스(R&B), 힙합 등 20세기 이후 서양 대중음악의 원천이 되는 장르를 통틀어 일컫는 말로 미군부대 주둔의 영향으로 자리 잡은 문화를 의정부시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음악을 읽고, 듣고, 체험하다
의정부음악도서관에 들어서면 1층 정면에 팝, 케이팝, 재즈, 힙합 관련 음반과 서적이 진열돼 있어 음악도서관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1층 북스테이지는 일반도서, 어린이도서, 음악전문도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비치해 가족이 함께 같은 층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이 모든 공간에 구획을 나누지 않아 경계 없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한쪽에 비치된 그랜드피아노를 활용해 1층은 소규모 공연장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M층은 1층 천장이 뚫려 있는 메자닌(Mezzanine) 구조의 중층으로 음악 입문자와 연주자를 위해 악기별로 나눠 놓은 악보 코너가 가장 핵심이다. 이곳엔 난이도별로 다양한 악보가 구비돼 있으며 독주 악기를 위한 악보 외에도 오케스트라 총보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악보들이 마련돼 있다. 악보 외에도 음악에 관한 고전문학, 시, 매거진 자료가 있으며 M층 벽면 미디어 월에는 20회를 넘은 ‘의정부음악극축제’와 3년째 개최하고 있는 ‘블랙뮤직 페스티벌’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모두 디지털화해 보관하고 있다.
3층 뮤직스테이지는 의정부음악도서관의 정체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뮤직홀은 스타인웨이 앤드 선즈(Steinway&Sons)의 자동 연주 피아노 스피리오(Sprio) 모델이 들어서 있는 공연장이다. 마침 취재 당일 매달 1회 진행하고 있는 ‘사서와 함께하는 도서관 투어’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뮤직홀의 고품질 음향을 경험하도록 음악이 극대화된 영화와 연주를 체험할 수 있었다. 도서관 투어가 없는 날에도 이곳은 상시 열려 있으며 매일 오후 1시간씩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통해 자동연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디오룸은 보다 온전히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오디오 기기와 스피커가 설치돼 있어 최적의 환경에서 영상과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스튜디오 A는 큐베이스프로 등 작곡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스튜디오 B에서는 연주하는 사람만 들을 수 있는 사일런스 기능이 있는 야마하 업라이트를 치고 싶은 순간 언제든 칠 수 있다. 보통의 공공도서관이 이러한 공간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는 것에 반해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예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음악감상 동아리, 실내악 연주 모임, 시니어 합창단 등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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