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귀퉁이가 잘린 동그라미가 있었다. 녀석은 떨어져 나간 그 조각을 찾으려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면서 굴러갔다. 그러면서 삼라만상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한 조각을 잃어 버려 이가 빠진 동그라미/슬픔에 찬 동그라미 잃어 버린 조각 찾아/데굴 데굴 길 떠나네/어떤 날은 햇살 아래 어떤 날은 소나기로/어떤 날은 꽁꽁 얼다 길 옆에서 잠깐 쉬고/에야 디야 굴러 가네.”
한국항공대의 록밴드 활주로의 ‘이 빠진 동그라미’ 첫 소절은 이렇게 시작됐다. 필자가 청년 시절 매일 흥얼거렸던 애창곡이었다. 싱어 배철수의 중저음 보컬이 입에 착착 달라붙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후 그 동그라미는 어떻게 됐을까. 떨어져 나간 조각을 찾았을까. 어렵게 발견하고 붙이긴 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여유는 사라지고 쉴 새 없이 굴러가야만 했다.
“어디 갔나 나의 한 쪽 벌판 지나 바다 건너/갈대 무성한 늪 헤치고 비탈진 산길 낑낑 올라/둥실 둥실 찾아 가네/한 조각을 만났으나 너무 작아 헐렁 헐렁/다른 조각 찾았으나 너무 커서 울퉁 불퉁/이리 저리 헤매누나/저기 저기 소나무 밑 누워 자는 한 쪼가리/비틀 비틀 다가 가서 맞춰 보니 내 짝일세.”
세상 만사가 힘들 때면 대중가요 노랫말에서 지혜를 찾곤 했다.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그때 대학가에서 만들어진 대중가요들은 젊은이들의 탈출구였다.
우리네 삶은 내게 딱 맞는, 내 빈 곳을 채울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한 방황일지도 모른다. 동그라미를 제대로 그려야 하는 행위의 연속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를 위해 평생을 헤맸을 터이다.
동그라미 그리기는 그래서 허투루가 아니어야만 한다. 비어 있는, 부족한 공백과 여백을 갖춘 삶의 소중함도 깨달아야만 한다. 밤이 어두울수록 아침은 더 빛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당시 젊은이들이 이 노래에 푹 빠졌던 까닭은 도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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