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거짓의 시간

김규태 사회부장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났다. 분명 ‘희비(喜悲)’는 존재했을 터. 선심성 공약도 없었고, 우리 동네를 발전시키겠다는 작은 비전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파와 성 상납 등 막말, 편법 대출 논란.... 그렇게 국민을 위한 공약은 이들 단어들로 희석되고 말았고, 한동훈 위원장과 이재명 대표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진 기이한 선거로 역사에 기록되고 말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선거가 끝난 지금부터이기에 더욱 답답한 노릇이다. 공약이 없었으니 지역구 주민들을 위한 4년간의 빅플랜(Big Plan)은 어불성설(語不成說·말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요, 국민과 국가를 위한 중·장기적인 비전은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정권을 심판하고(야당), 야당의 독주를 막아 달라(여당)는 실체 없는 양당의 대주제 속에 국민의 축제이자 민의를 대표할 선거는 그저 그런 차악(次惡·최악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최악보다는 그나마 나은 악을 빗대어 이르는 말)의 선택 종결지쯤이지 않았을까.

 

국민의 선택이니 국민이 감내해야 하는 것도 민주주의를 몸소 실천하는 자세라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다만 아쉬운 것은 점점 선거에서 국민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선거 이후 정국은 앞으로 있을 예비 대선의 경연장이 될 것이며, 그 속에서 정쟁에만 빠져 있는 배지 다신 분들의 모습만 보게 될 것이다.

 

‘거짓의 시간’은 이렇게 카운트다운 됐다. ‘나라를 혁신하겠다, 정권을 심판하겠다, 독주를 막아 달라’에서 비롯된 잘못된 시작은 자신들의 무지와 무관심을 포장하기 위한 거짓으로 관철될 뿐이다. 잘못된 선택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잡기까지 드는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도 없다. 거짓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은 타임머신이 아니라 국민들의 매서운 눈과 회초리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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