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이 정년 앞둔 고양 주엽지구대 이오재 경감 찾은 이유

일산서부경찰서 주엽지구대 이오재 경감. 신진욱기자
일산서부경찰서 주엽지구대 이오재 경감. 신진욱기자

 

지난 3일 윤희근 경찰청장이 고양시 주엽지구대를 깜짝 방문했다.

 

윤 청장을 이곳으로 이끈 주인공은 오는 6월30일 정년퇴직하는 이오재 경감(59).

 

경찰청장의 이례적인 격려 방문을 받은 이 경감은 퇴직을 100여일 앞둔 3월 한 달에만 모두 123건의 법규 위반을 단속했다. 담배꽁초 투기 103건, 킥보드 관련 20건 등이다.

 

지구대장을 마치고 정년이 석 달 남은 간부 경찰이 담배꽁초 투기와 킥보드 불법주행을 이토록 열심히 계도·단속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정년퇴직도 막지 못하는 이 경감의 불꽃 열정과 업무 적극성에 경찰 수장인 청장이 직접 박수를 보낸 것이다.

 

이 경감은 “법규 위반 단속은 과태료 부과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킥보드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을 지키고 깨끗한 거리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경찰 업무”라고 강조했다.

 

3일 주엽지구대를 격려 방문한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오재 경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찰청 제공
주엽지구대를 격려 방문한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오재 경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찰청 제공

 

지난 2021년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원동기 이상 면허가 있어야만 개인형 이동장치(PM)를 운전할 수 있지만 무면허에 헬멧도 쓰지 않고 심지어 술을 마시고 위험한 주행을 하는 게 현실이다.

 

이 경감은 단속보다 더 많은 계도를 한다. 거리가 깨끗하면 담배꽁초 투기를 미리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근무시간 전이나 휴식 시간에 거리 청소를 한다. 이때 상인 및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한다.

 

얼마 전 익명의 주민이 일산서부경찰서 홈페이지에 “주변 청결과 시민들의 안전을 세심하게 챙겨주고 매일 거리를 청소해줘 주변 상인들이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칭찬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신기한 건 단속에 대한 항의가 없다는 것이다. 123건을 단속하면서 딱 1명이 ‘진짜 경찰 맞느냐’며 지구대까지 따라왔다가 바로 위반 사실을 인정했다.

 

3일 주엽지구대를 격려 방문한 윤희근 경찰청장이 주엽지구대 경찰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주엽지구대를 격려 방문한 윤희근 경찰청장이 주엽지구대 경찰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그는 경찰관으로 근무한 지난 33년6개월 동안 2016년 경찰의 날 국무총리 포상을 비롯해 모두 107번의 표창을 받았다.

 

비결이 뭐냐고 묻자 그는 “어떤 업무를 맡든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일하다 보니 주변에서 나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해 줬고 운도 많이 따랐다”고 말했다.

 

이 경감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2022년 아파트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투신하려던 15세 여학생을 두 시간 반 동안 설득해 구조한 사건을 떠올렸다. 안전하게 부모의 품으로 돌아간 학생을 보며 큰 보람과 사명감을 느꼈다.

 

40분 넘게 주엽지구대에 머문 윤 청장이 정년퇴직 후 계획을 묻자 그는 “이 일이 너무 재밌다. 정년으로 떠나는 게 아쉽다. 퇴직하면 경찰서 정문을 지키는 경찰서 방호직에 지원해 계속 경찰서에 남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정년퇴임하는 날까지 주민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안녕과 안전을 지키는 경찰관으로 남을 것이라는 이 경감. 그것이 주민들의 삶을 편안하게 만드는 경찰 본연의 임무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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