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성인 비디오 멸종될까 시위하는 일본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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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도쿄 긴자에서 AV산업(성인 영상물) 종사자들이 시가행진을 벌였다. 다만 시위하는 이유가 우리와는 정반대다. AV산업으로 진입하려는 젊은 친구들이 줄어들까(혹은 AV산업이 위축될까) 우려스럽다는 거다.

 

알려진 것처럼 일본의 AV산업은 합법이다. AV시장 규모도 연간 4조2천억원에 달하고 ‘성문화의 양성화’를 외치지만 일본 내에서도 관련 범죄 때문에 골치를 앓는 건 마찬가지다. 1970년대부터 포르노 같은 성인 영상물을 강력하게 규제하기 시작했는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민간 협의체 형식의 심의기구를 발족시켰고 이를 계기로 일본의 AV제작자들은 비로소 합법적인 AV제작이 가능해졌다. 이른바 음란물 심의에 안 걸리는 음란물 생산국이 된 것이다.

 

문제는 그 여파로 발생하는 각종 사회 문제다. 연예인이나 모델을 시켜주겠다며 청소년에게 접근해 AV 출연 강요, 성폭행, 노출 영상물 유포, 부모 협박, 위약금 협박 등 관련 범죄가 줄을 이었다. 한번 빠져든 청소년들은 자력으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에 갇혔고 이 같은 피해 사례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 2022년 6월 시행된 AV출연 피해 방지 구제법(AV신법)이다. 2년간 법안 검토 및 보완 기간을 거치는데 기한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거리로 나온 AV 배우들은 과잉 규제를 외친다. 섹스 워크(성 노동자)는 자신들이 좋아서 선택한 직업이며 AV 업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피해자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AV 신법은 자신들의 직업적 권리와 목소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세운 법안이라는 것이다. 현재 이에 동참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AV 산업의 적정화를 생각하는 모임’을 만들어 그들을 돕고 있다.

 

AV는 말 그대로 성인용 영상물이다. 건강한 성문화와 양성화를 지향한다지만 일본 유학 경험자 입장에서 볼 때 현실적 순기능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의 AV에는 미성년자 출연, 집단강간, 친족간 성폭행, 가학적 성행위, 납치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이 대다수고 지금 일본 AV 시장은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져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무작정 축제 반대만 외쳐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성문화 양성화 논리 뒤에는 어마어마한 범죄적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AV를 허용한 국가가 많다는 것도 핑계다. 한국만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고 하루빨리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법이 움직이지 않으면 성인축제는 내년에도 후년에도 합법이 돼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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